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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타팜] 한번 먹으면 못 잊는 '인생 떡', 100% 우리 농산물로 만들었죠

    진은혜 더비비드 기자

    발행일 : 2023.09.12 / 경제 B5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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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화성 정남농협 김경식 조합장

    "사료가 품절돼 배달이 며칠 미뤄졌을 때 일이에요. 축사 돼지들이 사료 배달차 소리를 아나 봐요. 농장에 차가 들어서자마자 멀리서부터 돼지 우는소리가 들리더라고요. 그때 알았어요. 조금이라도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 농가들이 난리를 겪는구나. 이게 농협의 존재 이유구나."

    나고 자란 경기도 화성시 정남면의 농민들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었다. 운전 기능직원이란 직무로는 농민을 전방위적으로 도울 수 없었다. 시간을 쪼개 공부를 해서 환직 시험을 보고 사무직 명함을 받았다. '농협 생활 30년'의 주인공 정남농협 김경식(65) 조합장의 얘기다. 그가 요즘 농민들을 위해 주력하는 분야는 떡이다.

    ◇농협 조합장이 된 운전사 출신의 시골 총각

    화성시 정남면은 도시와 시골의 장점을 한 데 모은 지역이다. 면 한가운데로 황구지천이 흘러 토양이 비옥한 편이다. 1396곳의 농가가 이곳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동시에 수도권 접근성이 좋다. 농산품이나 가공식품을 큰 도시로 유통하기 좋은 구조다.

    정남농협은 지리적 이점을 토대로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정남농협 유통사업본부는 잡곡유통사업단과 화성웰빙떡클러스터사업단 두 축으로 이뤄져 있다. 잡곡유통사업단은 지역 농가가 재배한 쌀을 수매하고, 도정한 후 선별한다. 떡 사업단은 도정한 곡류로 떡을 만들어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떡은 총 831평(약 2747㎡) 규모의 전용 공장에서 제조 후 '디딜향'이라는 브랜드로 유통한다. 방부제나 향료 없이 경기미와 국산 재료로만 만든 디딜향 떡은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하다. 냉동 영양찰떡의 경우 실온에서 해동한 후 먹으면 되는데 식사 대용으로 인기가 많다. 떡볶이 떡, 조랭이 떡 같은 냉장 떡류는 타 브랜드의 흰 떡보다 밀도가 높아 찰진 맛이 특징이다.

    김경식 정남농협 조합장은 2015년까지 농협인으로 살았다. 은퇴 후 4년간 상임 이사를 맡다가 지난 3월 정남농협 조합장에 당선됐다.

    ◇맛있는 떡 탄생의 비밀

    정남농협은 매일 13t의 냉장 떡과 1t의 냉동 떡을 생산하고 있다.

    ―어떤 떡을 만드나요.

    "떡은 보관방법에 따라 냉장 떡과 냉동 떡으로 분류합니다. 냉장 떡은 떡볶이 떡, 조랭이 떡, 가래떡 같은 흰떡을 의미합니다. 성분의 98%가 쌀인 흰떡은 냉동실에 오래 두면 갈라지기 때문에 냉장 보관합니다. 유통기한이 130일 정도 돼요. 냉동 떡은 절반은 찹쌀, 나머지 절반은 잡곡 등의 원재료로 구성되는데요. 찹쌀 외의 재료에 따라 다양한 떡을 만들 수 있습니다. 영양찰떡, 약밥, 찹쌀떡 등이 대표적이죠. 냉동 떡의 경우 제조 후 급속 냉동하기 때문에 유통기한이 1년 정도로 깁니다."

    ―떡 제조 과정이 궁금합니다.

    "냉동 떡부터 설명 드릴게요. 냉동 떡은 찹쌀로 만듭니다. 도정부에서 도정한 찹쌀을 세척한 후 불립니다. 이후 롤러를 통해 2번에 걸쳐 쌀을 곱게 갈아요. 곱게 간 쌀가루를 증자기에 투입해서 떡을 찝니다. 중간 중간 올리고당, 땅콩, 콩 같은 재료를 투입해서 함께 찝니다. 그렇게 40분간 찐 후 틀에 넣어서 모양을 맞춰줍니다. 이후 떡의 수분이 날아가지 않게 영하 30℃에서 급속 냉동합니다."

    ―냉장 떡은요.

    "조금 더 간단해요. 멥쌀을 곱게 빻은 후 증자실에서 치대는 작업을 진행합니다. 떡을 두 번 치대서 식감을 쫄깃하게 만들어요. 이 작업이 완료되면 길게 뽑아낸 후 용도에 맞게 자릅니다. 기계가 자르기 때문에 순식간에 떡볶이 떡이나 조랭이 떡, 떡국 떡 모양으로 가공돼요. 이후 탄력을 높이기 위해 냉각수에 떡을 담근 후 방냉실에서 하루 동안 열기를 제거합니다. 이후 이틀간 숙성시켜요. 냉장 떡들은 음식의 재료로 활용되기 때문에 서로 들러붙어선 안 됩니다. 떡을 굳히기 위해서 숙성 작업을 꼭 해야 하죠."

    ―제조 시 주안점을 두는 게 있다면요.

    "조합원 출하 품목을 우선 구매하고 수입 재료를 일절 쓰지 않는 것입니다. 수입 재료를 사용해버리면 '농협표'라는 의미가 퇴색되고 맙니다. 수익성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항상 농협의 존재 이유를 고민해야 하죠. 이물질 발생 위험을 없애는 데도 신경 씁니다. 포장된 떡은 출고 전에 금속탐지기와 엑스레이를 거칩니다. 위생 관리도 철저합니다. 저희 시설은 해썹(HACCP: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사업장인데요. 점검을 받을 때마다 모범 사례로 꼽힙니다."

    ◇농협 떡은 조합원들의 얼굴

    화성 떡 클러스터사업단은 농협 가공공장 경영대상에서 대상(2021년), 동상(2020년), 금상(2017년, 2018년), 동상(2016년)을 받았다. 수십개의 농협중앙회 소속 가공공장 중에서 흑자 수익이 발생한 곳에만 부여하는 상이다.

    ―조합장으로 활동한 소회가 궁금합니다.

    "농협 브랜드로 상품을 만드는 건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작은 실수만 저질러도 전국의 농협에 위협이 되거든요. 이곳에서 제조한 떡이 조합원들의 얼굴이기도 하니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저희는 엄연히 기업이지만 이윤 추구에만 무게를 실을 수 없습니다. 손해를 감수하고도 비싼 값에 재료를 수매하기도 합니다. 딜레마적인 상황이지만 농협이라는 브랜드의 이미지, 조합원의 입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의사 결정을 해야 하죠. 조합원들을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니까요."
    기고자 : 진은혜 더비비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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