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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가스公, 빚 돌려막기도 한계에 왔다

    조재희 기자

    발행일 : 2023.09.12 / 경제 B3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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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말이면 회사채 발행한도 도달

    '탈원전' 직격탄을 맞았던 한전과 가스공사의 위기론이 다시 번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전기 요금과 가스 요금을 각각 5차례씩 40%가량 올렸지만, 추가 요금 인상이 없다면 내년부터 회사 운영 자금조차 마련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다. 운영 자금 부족으로 한전은 발전사에서 전기를 사지 못하고, 가스공사는 해외에서 LNG(액화천연가스) 수입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두 회사는 조 단위 흑자를 내던 우량 공기업이었지만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요금 억제 탓에 수년간 쌓인 수십조원대 적자 수렁에서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국제유가·가스요금이 다시 들썩이고 있어 3~4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4분기(10~12월)를 앞두고 전기·가스 요금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며 사면초가에 빠졌다.

    ◇지난해 늘린 회사채 발행 한도 곧 무용지물

    11일 한전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누적 회사채 발행액은 78조3000억원에 이른다. 이대로 가면 내년부터는 회사채 추가 발행이 불가능해져 빚으로 돌려막기도 한계에 부닥치게 된다. 올해 말까지 재무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한전의 내년 회사채 발행 한도는 75조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에만 8조원 넘는 적자를 기록하면서 작년보다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것이다. 국회는 지난해 말 수십조 원 적자 탓에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지자 발행 한도를 늘릴 수 있도록 한전법을 바꿨지만 1년 만에 무용지물이 됐다.

    지난해 회사채 발행 한도를 자기자본의 4배에서 5배로 확대한 가스공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현재까진 10조원 이상 여유가 있지만, 겨울을 앞두고 LNG 현물 구매가 늘면 내년부터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겨울철 자금 조달을 위해 회사채 대신 기업어음(CP)을 발행하고 은행에서 차입하고 있지만, 여유가 많지는 않다"고 말했다.

    ◇1년여 동안 40% 올렸지만, 역부족

    전기·가스 요금은 지난 1년여 사이 약 40%씩 급등했다. 2021년 들어 코로나 엔데믹에 따른 수요 확대와 유럽 가스 위기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도 '탈원전해도 요금 인상은 없다'며 버틴 이전 정부의 요금 동결 탓이다. 원전이 줄어든 자리를 가장 비싼 발전원인 LNG가 상당 부분 대체하며 전기를 판매하는 한전뿐 아니라 LNG를 수입하는 가스공사도 직격탄을 맞았다. 뒤늦게나마 요금 인상에 나섰지만, 가스와 원유 가격이 이미 치솟은 상황에서 재무 구조 개선 효과는 거의 없었다.

    전기를 밑지고 파는 구조가 이어지며 한전은 2021년 5조8500억원, 지난해 32조6600억원이라는 국내 상장사 역사상 최대 규모 영업 적자를 이어갔다. 가스공사도 천연가스 수입 대금 중 판매 요금으로 회수하지 못한 사실상 손실인 미수금이 2021년 말 1조8000억원에서 올 상반기 말 12조2000억원까지 불어났다.

    한전의 총부채는 올 상반기 말 201조원을 기록했고, 지난해 2조8185억원이었던 이자 비용은 2027년엔 5조1000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2027년까지 한전이 부담할 이자만 24조원으로 한 달에 4000억원에 이른다. 가스공사 또한 부채가 46조원에 이르면서 재무 건전성을 보여주는 지표인 부채비율(부채/자본)이 올 상반기 580%에 달했다. 부채비율은 100% 이하여야 안정적이다.

    ◇요금 인상 불가피하지만… 물가 자극 우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회사채 발행 한도를 늘리는 법 개정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요금 인상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홍종 단국대 교수는 "법을 바꿔 회사채 발행 한도를 늘려도 이자 부담만 커질 뿐"이라며 "소비자로선 지금 요금을 올리지 않으면 나중에 이자까지 더해 내거나, 세금으로 부담하는 선택지만 남게 된다"고 말했다. 정연제 서울과기대 교수는 "전기 요금을 억누른다고 물가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며 "물가 안정은 전기 요금이 아니라 통화 정책 등을 통해 접근하는 게 맞는다"고 말했다.

    [그래픽] 영업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전 / 늘어나는 가스공사 미수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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