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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 우리도 세금 낭비 大賞을 제정하자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

    발행일 : 2023.09.12 / 여론/독자 A35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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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당시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온라인 축제가 성행했다. 지자체들은 지역 홍보나 주민 교류 등의 목적으로 매년 크고 작은 축제를 여는데, 사회적 거리 두기로 사람들이 모일 수 없게 되자 대안으로 비대면 온라인 축제를 개최하게 된 것이다. 서울의 경우 2020년 25개 자치구 중 17개 자치구가 온라인 축제를 개최했다. 나머지 8곳은 예정된 행사를 취소했다. 보통 수천만원, 많게는 수억원의 예산이 들어간 온라인 축제의 면면은 씁쓸했다. 축제 취지와 무관한 상품을 나눠 주는가 하면 흥행을 위해 인기 가수를 부르고도 유튜브 조회 수가 수십 회에 머무른 경우도 있었다. 세금이 아까웠다. 전염병 확산으로 사람이 모일 수 없게 됐다면 축제를 취소하는 게 맞는다. 하지만 예산이 불용 처리되면 이듬해 삭감되거나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일단 잡힌 예산은 써야 하는 현실이 공무원들로 하여 온라인 축제라는 기이한 행사를 열게 했다.

    어디 온라인 축제뿐인가. 누가 이용하는지도 의문인 모노레일과 홍보관은 세금 낭비의 단골 메뉴다. 단체장들의 괴상한 취향이 반영된 조형물은 지역 곳곳에 배치돼 불쾌감을 자아낸다. 인천의 월미바다열차는 853억원을 투입하고도 안전 문제로 개통하지 못해 10년 넘게 방치되어 오다가 2019년 183억원을 추가로 들여서야 겨우 운행을 시작했다. 경북도청이 2016년 40억원을 들여 만든 신도시홍보관은 이용객이 거의 없어 3년 만에 예술센터로 용도를 변경했다. 박원순 시장 시절 서울시가 1억4000여 만원을 들여 설치한 '슈즈 트리'는 흉물 논란 끝에 9일 만에 철거되었다.

    정부는 얼마 전 내년도 예산안을 올해보다 2.8% 늘어난 657조원 규모로 확정했다. 연구개발(R&D) 예산 축소에 대한 비판이나 경기 대응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반적인 '짠물 예산'에 대한 논란이 적은 건 재정건전성과 예산 집행 효율성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국민을 위해 필요한 데에 예산을 늘리는 것만큼 불필요한 예산을 절약하는 것도 중요하다. 뭐든 동네에 짓고 퍼주면 표가 될 거라는 생각은 고리타분한 발상이다. 현명한 유권자들은 그 돈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잘 알고 있다. 대선 경쟁이 한창이던 2021년 8월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저조한 청년 표심을 잡기 위해 '청년 기본소득'을 공약했다. 19~29세 청년들에게 연간 100만원씩 지급하는 내용이었다. 당시 40대 이상 세대에서 기본소득 찬반 여론은 팽팽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정작 수혜자인 2030세대에서 반대 여론이 훨씬 높게 나왔다. 그것이 언젠가 더 큰 비용으로 청구될 거라 여겼기 때문이다.

    세금 낭비를 오롯이 정부와 지자체의 잘못이라고 할 수만은 없다. 국회에서는 연말마다 지역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의원들의 쪽지가 판친다. 개중에는 보여주기식 선심성 예산도 적지 않다. 힘센 의원 지역일수록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평소 잘만 싸우던 여야가 이런 일에는 기막히게 손발이 잘 맞는다.

    미국 상원의원이었던 윌리엄 프록스마이어(William Proxmire)는 재임 중 납세자의 세금이 잘못 쓰이는 것을 조명하기 위해 '황금양모상'을 제정, 매년 세금 낭비 사례를 발굴해 이 상을 수여했다. '죄수들이 탈옥하고 싶어 하는 이유', '장마철 군인들의 우산 소지 필요 여부' 등을 조사하기 위한 연구들이 이 상을 받았다. 이참에 우리도 '세금 낭비 대상' 같은 걸 만들어보면 어떨까? 터무니없는 일에 혈세를 낭비한 정치인들에게 이 상을 수여하는 것이다. 비록 강제성은 없지만 세금 낭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울 순 있지 않을까. 국민 세금을 물 쓰듯 펑펑 쓴 정치인이 누구인지 두고두고 기억할 수도 있고 말이다.
    기고자 :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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