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검색목록 > 기사상세보기
타이틀

[화요바둑] 3040 '주부 기사'들, 바둑판을 점령하다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발행일 : 2023.09.12 / 사람 A23 면

    종이신문보기
    ▲ 종이신문보기

    출산·육아 부담 딛고 맹위
    1020 절정 나이 강자들 압도

    바둑계에 '주부 기사 돌풍'이 거세다. 전성기를 지난 30~40대 '아줌마 프로'들이 임신, 육아, 가사 등 악조건을 딛고 연일 놀랄 만한 결과를 쏟아내고 있다.

    올해 여자 바둑 리그 다승 선두는 39세 이민진 8단이다. 20여 살 아래 딸뻘 기사들 틈에서 6전 전승(11일 현재)을 기록 중이다. 나이 핸디캡이 유난히 큰 바둑계에서 최고령 리거가 홀로 무패가도를 달리는 것은 좀체 만나기 힘든 광경이다.

    이민진은 "팀에 누(累)가 안 되려고 이를 악물고 두는 중"이라고 했다. 그런 투혼이 소속팀 서귀포칠십리의 선두권 질주로 이어지고 있다. 결혼 12년 차인 이민진은 남편과 열 살 딸 뒷바라지를 위해 지난주 기권패를 감수하고 출국, 현재 해외에 머물고 있다.

    두 아이의 엄마인 김혜민(37) 9단도 요즘 성적이 솔로 때보다 더 좋다. 지난해 여자 국수전 준우승에 이어 올해는 여자 리그서 개근하며 5승 4패로 대들보 역할을 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에서 주장을 맡길 만큼 소속팀의 신뢰가 크다.

    김수진(36) 6단은 이달 초 여자 리그서 '결승 홈런'을 쳤다. 118개월 연속 여자 1위를 기록 중인 수퍼스타 최정 9단을 완파한 것. 2주 전 여자 랭킹 3위 오유진 격파에 이어 올 시즌 3전 3승을 질주하고 있다. 팀의 후보(4장)란 위상이 믿기지 않을 정도. 2019년 결혼해 세 살 된 딸 하나를 두고 있다.

    41세 주부 기사 권효진 8단은 여자 리그 감독(부광약품)과 레전드 리그 선수로 '주경야독' 중이다. 의성마늘팀 주장을 맡아 개인과 팀 모두 1위(3승)에 나섰다. 외동딸 악지우(14) 뒷바라지에도 열성이다. 순천 바둑중에 재학 중인 지우는 외조부(권갑용), 아버지(웨량·岳亮)에 이은 3대째 프로 기사를 꿈꾼다.

    이지현(44) 5단도 선수와 감독 일을 병행하고 있다. 레전드 리그서 2승 1패로 유창혁·최규병(이상 3승) 등 전통 강호들을 추격하면서 소속팀(의성마늘)의 선두 질주에 힘을 보탰다. 그녀가 지휘봉을 잡은 여자 리그 서귀포칠십리 팀은 공동 선두권에서 우승까지 바라보고 있다.

    여자 리그 H2 DREAM 팀 주축인 조혜연(38) 9단은 "제2 전성기를 맞았다"는 말을 듣고있다. 최근 여자 국수전 4강에 올라 최정과 결승행을 다투는 등 기세가 맹렬하다. 김은선(35·H2 DREAM) 5단, 이영주(33·순천만국가정원) 4단 등도 젊은 후배들을 무시로 혼내주는 주부 기사들이다.

    하지만 주부로, 워킹 맘으로 활동하면서 프로 기사 생활을 병행한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김윤영(34) 4단은 지난 6월 둘째 출산 직후 안면 신경마비 증세가 찾아왔다. 최소 3개월 정양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와 여자 리그에서 중도 하차했다.

    국내 여성 프로 81명 중 기혼자 비율은 35.8%(29명). 올해 여자 리그에선 31판의 맞대결이 벌어졌는데 기혼자 쪽이 19승 12패(61.3%)로 앞서있다. '아줌마 파워' 폭발에 대해 권효진 8단은 "간절함과 경륜이 결합해 만들어진 현상"이라며 "주부 기사들의 분전은 더 지속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기고자 :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1572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
    인쇄 라인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