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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뻐지려고 한국 온다고? 우린 젊어지려고 일본 간다!

    이혜운 기자

    발행일 : 2023.09.09 / 주말섹션 B4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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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기세포 주사 맞으러 일본으로 원정 의료관광

    50대 사업가 김모씨는 최근 줄기세포 치료를 위해 일본 도쿄에 다녀왔다. 줄기세포 주사를 맞은 지인들에게 "피부 톤이 밝아지고 체력이 좋아졌다"는 말을 듣고 호기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김씨는 "과거 아버지가 항암을 위해 줄기세포 치료를 받고 호전되는 것을 보고 어느 정도 신뢰가 쌓였다"며 "치료 과정도 간단해 효과가 좋을 경우 정기적으로 받아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60대 사업가인 이모씨는 일 년에 한 번씩 관절 치료 차원에서 줄기세포 주사를 맞기 위해 부부 동반으로 일본을 찾는다. 관절이 자라고 검은 머리가 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씨는 "어머니가 당뇨로 고생하실 때 줄기세포 치료를 받았는데 예상한 결과보다 좋아 믿음이 갔다"며 "관절이 좋아지니 삶의 만족도가 높아져 비용은 비싸지만 아끼고 아껴 시술을 받을 계획"이라고 했다.

    줄기세포 맞으러 일본行

    엔저(円低) 현상으로 일본에 미식·쇼핑 관광객만 몰리는 것은 아니다. 줄기세포 시술을 받기 위한 '의료 관광객'들도 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노후 준비가 잘돼 있는 베이미부머(1955~1963년생)들. 부모 세대가 암이나 당뇨 치료를 위해 시험 시술을 받는 걸 보고 자랐고, 주변 지인들에게 많은 의료 시술 정보를 접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줄기세포 치료 등을 받기 위해 해외 원정 치료를 떠나는 환자가 매년 1만~2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줄기세포란, 여러 가지 세포로 분화가 가능한 근원 세포를 말한다. 치료는 기본적으로 다치거나 병에 걸려 손상된 세포를 줄기세포를 이용해 새로운 세포로 바꾸는 과정이다.

    줄기세포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배아줄기세포다. 과거 황우석 사태 때 사용된 것으로, 알려진 바와 같이 윤리적인 문제가 있다. 둘째는 역분화 줄기세포다. 우리 몸의 세포를 거꾸로 배아줄기세포처럼 만드는 것이지만 아직은 연구 단계다. 셋째는 성체줄기세포다. 몸의 노화나 질병으로 세포가 손상되면, 대체하기 위해 새로 생겨나는 세포다. 보통 태반, 골수 등에서 추출하지만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은 지방 조직이다. 추출이 쉽고 많은 줄기세포를 채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치료를 받은 사람들에 따르면, 먼저 배꼽 옆에 국소마취를 한 뒤 복부 지방 조직을 뽑는다. 원심 분리와 약물 처리 등에 이어 배양 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추출·배양된 줄기세포를 정맥 주사(링거) 형태로 다시 몸 안에 넣는 것이다. 각 과정에 따라 별도의 비용을 지불하기 때문에 수천만원에서 최대 1억원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다. 도쿄 한 병원이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지한 가격은 80만엔(약 800만원)부터지만, 해외 거주자는 별도 비용이 책정된다고 적혀 있다. 일본 병원의 한 관계자는 "외국인 진료의 90% 이상이 한국인"이라고 했다.

    이들이 일본에서 원정 치료를 받는 이유는 국내에서는 법적 규제가 강해 시술받기 위한 조건이 까다롭고, 비용도 더 비싸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2020년 시행된 첨단 재생 의료 및 첨단 바이오 의약품법(첨생법)에 따라, 다른 치료제가 없는 심각한 환자나 희소·난치 질환자에게만 연구 목적으로 재생 의료 치료를 할 수 있다. 의사 재량으로 다양한 환자에게 시술하는 길이 사실상 막혀 있고, 연구 대상자인 환자에게는 돈을 받을 수도 없다.

    반면, 일본은 2014년부터 관련법을 정비해 재생 의료 서비스 시설로 인정받으면 시술 목적 등에 대해선 별다른 규제가 없다. 미국도 2016년 12월부터 재생 의료 서비스가 확대됐고, 대만도 올해 2월 재생의료법을 활성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국내도 규제 완화 움직임

    줄기세포 기술력은 한국도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 성형외과 관계자는 "지방 조직을 이용한 미용 등 시술은 우리가 앞서 있을 뿐만 아니라 줄기세포 관련 연구도 세계 톱 클래스"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행법상 줄기세포를 배양하는 길이 막혀 있기 때문에 현재 각 병원에서 시술하는 치료는 줄기세포를 농축까지만 해 주사하는 방식이다. 상대적으로 줄기세포 수가 적을 수밖에 없다.

    현재 국내에서도 규제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은 연구뿐 아니라 치료 목적 재생 의료 시술도 허용하는 첨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보건복지부도 지난 3월 바이오 헬스 규제 혁신 방안을 통해 이 같은 정책 방향을 검토한 바 있다. 강기윤 의원실은 "줄기세포에 대한 국내 규제가 강해 상대적으로 돈 있는 사람만 의료 혜택을 보는 불평등이 발생하고 있다"며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인 만큼 규제가 완화되고 서비스가 확대될 경우 더 많은 사람이 줄기세포 의료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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