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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천석 칼럼] '윤석열 保有 정당'과 '이재명 보유 정당'

    강천석 고문

    발행일 : 2023.09.09 / 여론/독자 A26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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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 가운데 가장 무서운 전쟁은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이다. 우크라이나 수렁에서 허우적거리는 러시아가 표본이다. 최강국 미국이 베트남·이라크·아프가니스탄에서 차례차례 철수한 것은 전투에서 패배했기 때문이 아니다. 끝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쟁이 길어지면 국민이 지친다.

    한국 대통령 선거는 전쟁이다. 휴전도 종전(終戰)도 없는 무한 전쟁이다. 타국과 벌이는 전쟁보다 참혹한 것이 내전(內戰)이다. 6·25를 겪어본 나이 든 세대는 안다. 영국 총리 처칠은 "전쟁을 끝내려면 패자의 승복(承服)이 먼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승자의 관용으로 전쟁의 관(棺)에 못을 박을 수 있다"고 했다. 이재명씨는 승복 대신 친정집 도피를 선택했다.

    이재명 대표의 도피 생활 1년 득실(得失)은 어떨까. 이 대표가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제1 야당 대표라는 방패를 들지 않았더라면 그는 진즉 구속됐을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조차 이 대표가 몇 가지 혐의를 받고 있고, 그중 몇 건이 기소됐으며, 앞으로 추가 기소될 것은 얼마나 되고, 현재 무슨 무슨 재판에 출석하고 있는지 정확히 모른다. 국민도 모른다. 그래도 아직 무사하다. 이게 이 대표 득(得)이라면 득이다.

    이 대표의 '득'은 민주당에 무엇이 돼 돌아왔을까. 제1 야당 대표의 최대 사명은 국민에게 야당이 현 정권의 대안(代案)이라는 생각을 확실하게 심는 것이다. 민주당은 부패 혐의를 받는 소속 의원들 체포 동의안을 줄줄이 부결했다. 이 대표 건만 부결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대안 정당' 이미지에 이보다 큰 독(毒)은 없다.

    민주당은 압도적 의석을 갖고 있다. 만약 이 대표가 아닌 다른 인물이 당대표였다면 이 절대다수 의석을 어떻게 활용했을까. 여권이 추진하는 정책·법안과 민주당 지지층 이익을 대변하는 정책·법안을 맞바꿀 무기로 삼을 수도 있었다. 그러면 당의 지지 기반이 확대됐을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다수 의석을 국민 간 이익 충돌 법안만 골라 일방적으로 통과시키는 데 사용했다.

    북한·중국과 어깨동무한 후쿠시마 오염수 대응은 어땠을까. 일본은 물론이고 미국도 민주당이 집권할 경우 한·일이 정면충돌하고, 한미 동맹의 뼈대가 부러지는 사태에 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안에서 머리를 들었을 것이다.

    내년 4월 총선은 중간 평가다. 정권 실적을 심판하는 선거다. 야당에 늘 유리했던 게 중간선거다. 대통령의 국정 수행 실적에 국민은 야박하게 점수를 매긴다. 그런데도 여론조사에선 민주당 지지도가 국민의힘보다 높은 경우가 드물다. 문재인 시대 어느 아첨배는 대한민국을 '문재인 보유 국가'라 했다. 그 표현을 빌리면 '윤석열 보유 정당'보다 '이재명 보유 정당'을 심판하려 한다는 뜻이다. 이 대표 도피 생활 1년의 종합 대차대조표다.

    뜬금없는 단식을 쳐다보는 눈길은 차갑다. 기자는 1983년 5월 18일부터 6월 9일까지 계속된 김영삼 총재 단식을 곁에서 지켜봤다. 그때 상도동에 들어서면 다들 목소리를 삼켰다. 되돌아오기 어려운 길을 떠나는 웃어른을 송별(送別)하는 분위기였다. 신문의 1단 기사로 전해지기 시작한 그 소식은 국민 마음과 정권을 흔들어 직선제 개헌의 길을 닦았다. 김 총재는 '잠시 죽더라도 영원히 사는 길을 택하겠다'던 정치가다. 이 대표 각오가 그런가.

    김만배씨와 전(前) 언론노조위원장이 합작한 '대장동 의혹은 이재명이 아니라 윤석열 의혹'이라는 가짜 인터뷰는 당시 대선 판도를 바닥에서 흔들었다. 그들이 대선 '사흘 전'이 아니라 '닷새 전'에 터뜨렸다면 아마 지금 대한민국은 다른 대한민국이 됐을 것이다.

    대장동과 이재명 의혹은 윤석열 정권의 첫 페이지가 아니라 문재인 정권의 마지막 페이지에 쓰인 사건이다. 그런데도 출범 1년 4개월이 지나도록 그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 이 대표는 민주당에만 독(毒) 되고 해(害) 된 게 아니다. 국민의힘에도 못지않은 해독이 됐다. 이재명 리스크에 기대서 자기반성, 자기 점검을 게을리하게 만들었다.

    지금 여권이 걷는 길은 정말 다수(多數)가 되고자 하는 길인가. 이승만 대통령과 박정희 대통령은 한 번도 정치 노선에서 순혈주의(純血主義)를 주창한 적이 없다. 두 대통령은 자연에서처럼 정치에서도 잡종(雜種)이 순종(純種)보다 생명력이 강하다는 것을 알고 그 바탕에 나라를 세우고 부강(富强)하게 만들었다. 역사는 독일과 일본이 순혈(純血)로 기우는 순간 나라도 기울었다는 사실을 기록에 남겼다. 정의로운 전쟁도 끝이 보이지 않으면 국민을 지치게 한다. 지친 국민은 돌아서는 법이다.
    기고자 : 강천석 고문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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