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검색목록 > 기사상세보기
타이틀

[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동물들의 머릿속

    김성신 출판평론가

    발행일 : 2023.09.07 / 특집 A29 면

    종이신문보기
    ▲ 종이신문보기

    미끼로 먹이 잡는 새, 병 뚜껑 여는 문어… 동물들도 인간처럼 도구 쓰고 학습해요

    플뢰르 도제 글|잔 드탈랑트 그림윤예니 옮김출판사 바람의아이들가격 2만7800원

    동물들도 도구를 사용한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에요. 21세기 들어 생물학이나 동물행동학 등 과학 연구를 통해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인간만이 아니라는 사실이 속속 밝혀졌어요. 인간이 병따개로 음료수 뚜껑을 따듯, 노래지빠귀는 돌을 사용해 달팽이 껍데기를 깬다고 해요.

    프랑스 동물행동학자이자 과학 커뮤니케이터인 저자는 코끼리와 돌고래, 물고기와 곤충도 도구를 사용할 줄 안다고 말해요. 코끼리는 나뭇가지로 등긁이를 만들어 진드기를 털어낸다고 해요. 검은댕기해오라기라는 새는 미끼를 이용해 낚시를 하고요. 또 초록놀래기라는 물고기는 조개를 바위에 내리쳐 껍데기를 깬 다음 속을 먹는대요. 심지어는 도구를 사용하는 곤충도 있어요. 어떤 개미들은 단물을 찾으면 그 위에 모래를 올려둔다고 해요. 이 모래가 단물을 흡수하고 나면 이것을 개미집까지 옮긴대요.

    동물이 공부를 하는 경우도 있대요. 1920년대 영국 가정에서는 매일 아침 집 앞으로 배달되는 우유를 먹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얼마 후 집 근처 박새들이 대문 앞에 놓인 우유 덮개를 부리로 쪼아 훔쳐 먹는 방법을 터득했다고 해요. 심지어 다른 지역에 사는 박새들도 이 행동을 그대로 따라 했다고 해요. 동물행동학자들은 이런 모습을 관찰하면서, 박새가 서로 흉내 내고 학습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즉 환경이 바뀌면 그에 따라 생활 방식을 바꾸기도 한다는 거죠. 인간과 다를 바 없네요.

    문어의 학습 능력도 흥미로워요. 과학자들은 실제 실험을 통해 문어의 엄청나게 빠른 습득력을 관찰했어요. 유리 칸막이로 나뉜 수조 속에 문어를 넣어 서로 볼 수 있게 하고 실험을 했어요. 문어의 먹이인 게를 유리병 안에 넣고 플라스틱 뚜껑으로 닫은 후 두 문어에게 줬어요. 갓 잡혀와 수조에 들어간 문어는 유리병 안 게를 보고도 가만히 있었어요. 하지만 그 옆 수조에 있던 문어는 잡혀 온 지 이미 며칠이 지났고, 그동안 유리병 안의 게를 꺼내 먹은 경험이 있었어요. 이 고참 문어는 능숙하게 뚜껑을 열고 게를 꺼내 먹었죠. 그 모습을 관찰한 신참 문어는 곧바로 그 방법을 따라 하며 게를 꺼내 먹었다고 해요.

    이외에 책은 더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줘요. 동물들도 언어를 사용하고, 미래를 계획하기도 하며 다른 개체의 감정을 이해하는 경우도 있다고 해요.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 우린 애도하는 시간을 보내요. 애도는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위해 거쳐야 하는 매우 특별한 과정이에요. 그런데 짝이나 부모, 친구를 잃은 동물들 역시 애도로 보이는 행동을 할 때가 있다네요. 친구의 죽음을 슬퍼하며 먹이를 거부하기도 하고, 잠자는 시간이 줄어들기도 하며, 한동안 죽은 동료의 곁을 떠나지 못하는 경우도 많대요.

    서로 다른 점에 집중해 인간의 우월함을 확인하려는 자세보단, 서로 닮은 점을 살펴보는 것이 '생명을 대하는 더 나은 태도'라고 이 책은 알려줍니다.
    기고자 : 김성신 출판평론가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1539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
    인쇄 라인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