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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 옷 교내 금지' 프랑스, 다시 시끌

    파리=정철환 특파원

    발행일 : 2023.09.07 / 국제 A16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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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바야' 입고 등교한 여학생 67명 옷 갈아입기 거부하고 귀가 '파문'

    프랑스 초·중·고등학교 새 학기 첫날인 4일(현지 시각), 수업 시작을 앞두고 프랑스 전역의 여학생 67명이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여성 무슬림(이슬람교 신자) 전통 원피스 '아바야'를 입은 학생들이었다. 이날부터 "아바야를 입고 수업에 참석할 수 없다"는 프랑스 교육부 방침이 시행됐기 때문이다. 프랑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에서 여학생 298명이 아바야를 입고 등교했다. 상당수는 "수업에는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들어가라"는 교사 권고를 따랐지만 67명은 "아바야를 입겠다"고 버티다 집으로 돌아갔다. 학교 측은 끝내 귀가하는 학생들에게 프랑스의 정교 분리 및 세속주의 원칙(Laïcité·라이시테)을 설명하는 가정 통신문을 나눠줬다.

    프랑스 정부의 공립학교 내 이슬람교 전통 복장 착용 금지를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4월 노동계의 거센 저항 속에 연금 제도 개편을 밀어붙인 데 이어, 이번엔 교육 개혁에 승부를 걸었다. 프랑스 교육부는 지난달 기초 학력 증진 방안과 고등학교 졸업 시험 시기 조정안 등을 내놓으면서 "새 학기부터 아바야와 카미(무슬림 남성들이 착용하는 긴 옷)의 교실 내 착용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부르카(눈만 드러내는 옷)와 히잡(머리와 목덜미를 가리는 두건)은 이미 2011년부터 교내 착용이 제한됐다.

    프랑스는 과거 가톨릭이 국교였고, 지금도 전체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가톨릭 신자다. 그러나 공화국 수립 뒤 정치와 종교를 엄격하게 분리하는 세속주의 전통이 자리 잡았다. "사적 영역에서 개인의 종교 활동은 인정하지만 공공 장소에서 종교적 의식과 표식은 제한한다"는 정교 분리 원칙이 1905년 법제화됐고, 1958년 제5공화국 헌법에도 반영됐다. 그러나 중동·아프리카 이민자들이 급증하면서 프랑스 내 무슬림 비율이 10%를 넘어섰다. 이들이 스스로 무슬림임을 드러내는 복식을 착용하려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공공 영역의 세속주의 전통이 훼손되고 있다"는 논란이 표면화됐다.

    결국 자크 시라크 대통령 집권기이던 2004년 프랑스 의회는 '공립학교 내 종교적 상징물 착용 금지법'을 제정해 이슬람 복장을 규제할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 법에 따라 유대교 전통 모자(키파), 눈에 띄게 큰 십자가 등 다른 종교 상징물도 교실 내에서 착용할 수 없게 됐다. 또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 집권기이던 2011년에는 공공장소에서 부르카와 히잡 착용을 금지했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이민자가 밀집한 대도시 외곽 지역에서 아바야와 카미를 입은 학생들이 폭증한 탓이 크다. 프랑스 사회의 차별에 학생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반발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비(非)무슬림 학생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나왔고 평상복을 입고 싶어 하는 무슬림 청소년이 또래 집단의 압력으로 억지로 아바야를 입는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학교 측이 학생 지도에 겪는 어려움도 덩달아 커졌다. 국민연합(RN) 등 극우 정당들은 "프랑스가 파괴되고 있다"며 이 문제를 집중 부각, 지지율 상승 계기로 삼았다. 일간 르피가로 등은 "지난 대선에서 극우와 힘든 싸움을 했던 마크롱 대통령의 중도 우파 진영도 손을 놓을 수 없는 문제가 됐다"고 분석했다.

    진보·좌파 진영은 반발하고 있다. 프랑스 시민 단체 '무슬림의 권리를 위한 행동'은 1일 프랑스 최고 행정법원인 국가평의회에 "국민이 교육받을 기본 권리가 침해됐다"며 정부를 제소했다. 하지만 여론은 정부 편에 가깝다. 프랑스여론연구소(Ifop)의 최근 조사 결과 프랑스 국민의 81%가 학생들의 아바야 착용 금지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교복 도입 방안도 거론된다.
    기고자 :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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