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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사우디가 다시 불붙인 유가… "올해 100달러 간다"

    김은정 기자 조재희 기자

    발행일 : 2023.09.07 / 종합 A6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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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가 10개월 만에 90달러

    지난 5일 발표된 8월 물가상승률(3.4%)은 정부와 한국은행의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작년 7월 6.3%까지 치솟았던 물가 상승률은 1년 만인 올 7월에는 2.3%로 식었다. 그러나 잡히는 듯했던 물가가 도로 오름세로 돌아선 것이다.

    물가상승률이 한 달 새 1.1%포인트 뛰어오른 원인을 한은이 분석해보니, 유가 등 에너지 관련 요인이 8할 이상을 차지했다. 한은 조사국 물가동향팀 박창현 팀장은 6일 "한은이 전망한 올해 브렌트유 평균 가격이 82달러인데, 6일까지 평균이 81달러"라며 "상승세가 꺾이지 않을 경우 유가가 올해 전망치를 넘어서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고 말했다.

    10개월 만에 배럴당 90달러(브렌트유 기준)를 돌파하며 급등세를 탄 국제 유가가 올 들어 둔화하고 있는 물가 상승세를 자극해 '2차 인플레이션 쇼크'를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5일(이하 현지 시각) 하루 100만 배럴의 자발적 감산을 올해 연말까지 이어갈 것이라고 발표하고, 러시아도 하루 30만 배럴 수출 감축을 올 연말까지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가가 물가 자극… '2차 쇼크' 오나

    브렌트유 가격은 지난 6월 저점에 비해 25%,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같은 기간 29% 급등한 상태다. 이 같은 급등세는 기존 전망을 크게 웃도는 것이다. 지난 5월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올해 브렌트유와 WTI 전망치를 각각 78.7달러와 73.6달러로 내다봤었다. 브렌트유는 지난 4월 하순부터 7월 초까지 70달러대를 유지했지만, 최근 들어 세계 원유의 40%를 생산하는 산유국 연합체인 오펙 플러스(OPEC+)가 감산을 이어가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급등하는 유가는 고삐가 잡히는 듯했던 물가를 재차 자극해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시기를 늦추거나 추가 인상마저 불러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의 경우 작년 6월 9.1%까지 치솟았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최근 3%대로 떨어졌지만, 도로 상승할 위기다. 유럽은 아직 고물가가 채 꺾이지도 않았다. 유로존 전체 물가상승률이 5.3%(8월) 수준이고, 영국은 6.8%(7월)에 달했다. 고유가발(發) 고물가가 계속된다면 중앙은행들이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낮추는 통화정책 방향 전환에 나설 수 없게 된다.

    US뱅크 웰스매니지먼트의 빌 메르츠 리서치 부문 대표는 CNBC에 "유가 상승은 인플레로 이어지고, 인플레는 국채금리와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휘발유 값도 비상…11년 만에 최고

    미국은 예상치 못한 정유 공장 가동 중단과 재고 부족 문제 등이 겹치면서 휘발유 값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 휘발유 소매 가격은 최근 7주 연속 올라 지난달 28일 기준 갤런당 3.813달러를 기록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가가 폭등했던 때를 제외하면 2012년 9월 이후 11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황유선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물가지표에 큰 영향을 미치는 휘발유 가격 강세가 이어질 경우 경제 지표에 의존한 판단(data dependent)을 강조하는 연준의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의 유가 반등이 물가에 큰 불씨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대 의견도 팽팽하다. 국제유가 급등세가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 아니라, 공급을 선제적으로 줄여서이기 때문이다. 원유 최대 소비국인 중국의 수요가 예상보다 줄어들 걸로 보고 미리 공급 축소에 나선 것인 만큼, 유가 상승세가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미국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은 최근 '유가 충격과 인플레이션' 보고서를 통해 유가 충격이 미국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에너지·식료품 등 모든 품목을 포함한 물가지수)'을 단기적으로 끌어올리지만, 근원 인플레이션 등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연준이 정책금리를 결정할 때 보는 것은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류를 뺀 근원 인플레이션이기 때문에, 최근의 유가 급등이 기조적인 물가 안정세를 반전시키지는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 미국 PCE(개인소비지출) 물가상승률이 6월 3.0%에서 7월 3.3%로 올랐지만, 에너지와 식품류를 뺀 근원 PCE 상승률은 4.1%에서 4.2%로 오르는 데 그쳤다.

    [그래픽] 급등하는 국제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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