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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권이 철거한 이승만 동상, 40년째 창고에

    김예랑 기자 권경문 인턴기자(이화여대 졸업예정)

    발행일 : 2023.09.06 / 종합 A2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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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하대 있던 동상, 훼손된 채 방치

    이승만 전 대통령의 지시로 설립된 인천 인하대학교에는 1979년 이 전 대통령 동상이 세워졌다. 이 전 대통령을 기리기 위한 동상이었다. 하지만 1984년 운동권 학생들에 의해 철거됐다. 이 동상은 강제 철거·훼손된 뒤 40년 동안 창고에 보관됐다고 한다. 보관 창고도 두 차례 바뀌었다.

    5일 인하대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 동상은 강제 철거된 뒤 교내 창고에 보관돼 왔다. 이후 인천 지역 창고에 보관됐다가 2014년 경기 파주의 한 자재 창고로 옮겨졌다고 한다. 지난달 31일 찾은 창고에는 가로 2.5m, 세로 1m, 높이 2m 크기의 동상 보관함이 놓여 있었다. 철판 자재 등과 함께 보관돼 있어 접근이 어려웠다. 인하대 관계자는 "학교 역사에 있어서도 의미 있는 기념물이기에 주기적으로 상태를 확인하면서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동상 공개와 관련해서는 "대내외적으로 고려할 사항이 많아 조심스러운 입장"이라고 했다.

    대학 측에 따르면, 동상 강제 철거는 1982년 처음 시도됐다. 당시 대학가에는 86세대(80년대 학번, 60년대생)가 주도하는 학생 운동이 한창이었고, 인하대 총학생회가 "독재 정권을 타도하자"며 철거를 시도했다고 한다. 두 번째 철거 시도는 2년 뒤인 1984년에 있었다. 수십 명의 학생이 밧줄을 걸어 동상을 쓰러트렸고, 이 과정에서 동상이 일부 훼손된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이본수 전 총장이 동상 재건립을 추진했지만, 인천 지역 시민 단체와 일부 동창들의 항의로 무산됐다. 인하대 측은 "현재 이 전 대통령 동상 재건립에 대한 별도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인하대는 이 전 대통령이 하와이에 설립했던 한인 기독교학교를 매각한 대금과 하와이 동포 성금 15만달러 등으로 설립됐다. 하와이 초기 이민자 중 인천 출신이 많았기 때문에 인천 지역에 대학 부지를 마련했다. 한국이민사박물관이 2017년 펴낸 '새롭게 보는 하와이 독립운동 자료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전쟁 중인 1952년 12월 피란 수도였던 부산에서 '인하공과대학' 설립을 지시했다. 미국의 MIT와 같은 공대를 만들어 우리나라 공업을 발전시키자는 취지였다. 이름은 인천의 '인' 자와 하와이의 '하' 자에서 따왔다. 이 전 대통령이 쓴 '하와이 이민 50주년 기념사'에는 인하대 설립을 위해 하와이 동포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았다고 기록돼 있다. 이 전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이 대학의 기본금은 하와이서 나오기로 작정이니 그 금액의 다과(多寡)가 문제가 아니다"라며 "하와이 거류 동포들이 40년간 노력해서 번 돈을 푼푼이 주워 모아서 기독학교를 세워 한인 교육에 힘쓰던 그 노력으로 토지와 건물을 장만했던 것을 팔아서 모은 돈"이라고 했다.

    1953년 '인하공과대학 설립기성위원회'가 조직됐고, 학교를 운영할 재단법인 설립·인가 절차를 거쳐 1954년 대학이 출범했다. 초대 이사장은 이기붕 전 부통령이었다. 인하대는 1972년에 종합대학으로 승격했다.

    이 전 대통령 동상도 하와이 동포들이 세웠다. 1979년 하와이 한인동지회에서 보낸 성금 5만달러로 인하대 인경호 인근에 세워졌다. 학생들이 동상을 철거한 뒤, 지금은 동상 발판인 화강암 석대만 남아있다. 인하대 총동창회에서 이 전 대통령의 동상을 재건립하자는 의견이 일부 나오지만, 여전히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엇갈려 내부적 합의는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고자 : 김예랑 기자 권경문 인턴기자(이화여대 졸업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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