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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공소 1279곳 통째로 옮긴다고?… 문래동 술렁

    박정훈 기자

    발행일 : 2023.06.30 / 사회 A14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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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계·금속 공단, 서울 외곽이나 경기도로 '통이전' 추진

    서울 영등포구가 이달 초 문래동 기계·금속 공단에 있는 철공소 등 업체 1279곳을 서울 외곽이나 경기도로 '통이전'하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이때부터 문래동 일대가 술렁이고 있다. 부지 소유주와 임차인인 철공소 등 업계 입장이 갈리고, 일각에선 공단을 통째로 옮기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의문도 제기한다.

    1960년대에 생긴 문래동 기계·금속 공단은 1980년대 우리나라 산업화의 중심지 중 한 곳이었다. 당시 업체가 2500곳을 넘기기도 했다. 하지만 산업 구조가 바뀌고 임차료가 뛰면서 상당수 공장이 문을 닫거나 지방으로 이전했다. 현재는 1279개 업체만 남아 있다.

    지난 13일 오후 문래동 공단에 들어서자 '지이잉~' 하고 쇠 깎는 소리와 댄스 음악이 동시에 들렸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50년은 더 된 듯한 낡은 공장과 세련된 카페가 뒤섞인 풍경이었다. 곳곳에 '문래동 기계 금속 집적지 이전 타당성 검토 및 기본 계획 수립 용역'이라고 쓴 현수막이 보였다. 주민 정모(56)씨는 "철공소가 나가면 어김없이 카페나 식당이 들어온다"며 "진짜 공장들을 다 옮길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했다.

    이날 만난 철공소 사장 10명은 '통이전' 소식에 한숨을 내쉬었다. 60대 사장 A씨는 "통이전 이야기만 들었지 어떻게 하는지 구체적으로 아는 사람이 없어 답답하다"고 했다.

    현실적으로 통이전이 가능하겠느냐는 우려도 나왔다. 서모(60)씨는 "이전 비용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했다. 그는 "여기 사장 대부분이 60대 이상으로 고령인 데다 겨우 벌어 먹고산다"며 "정부 차원에서 이전 비용을 지원하지 않으면 이전을 포기하는 사장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철공소 사장들은 "기계나 관 등을 뜯어 옮기는 데만 비용이 수천만 원은 들 것"이라고 했다.

    업체 한 곳당 1000만원만 잡아도 최소 128억원이 드는 프로젝트인 셈이다. 부지 매입, 철거, 개발 비용 등을 보태면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갈 수도 있다.

    문래동 기계·금속 공단의 경쟁력은 '집적(集積) 효과'다. 주물, 판금, 연마 등 기계·금속과 관련한 모든 분야의 공장이 모여 있어 한꺼번에 작업을 끝낼 수 있다. 영등포구가 비용 등 부담에도 '통이전'을 추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영등포구의회 남완현 의원(국민의힘)은 "문래동 기계·금속 공단은 기초 산업 분야의 생태계가 튼튼한 집적지이기 때문에 제품 견적도 잘 나오고 단가도 싸다"며 "이전을 하더라도 일부만 이전해선 안 되고 대부분 공장이 그대로 공존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문래동에서 대(代)를 이어 철공소를 운영하고 있다는 B씨는 "시 외곽으로 떨어져 나가면 접근성이나 효율성 측면에서 손해가 클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안 그래도 기술을 배우겠다는 청년들이 없어 걱정인데"라고 했다.

    반면 땅 주인들 생각은 다르다. 문래동 기계·금속 공단의 업체 10곳 중 9곳이 남의 땅이나 건물을 빌린 세입자다. 부동산 관계자는 "자기 땅이 재개발된다는데 반대할 땅 주인이 있겠느냐"고 했다. 문래동4가 지역은 땅 주인들이 이미 재개발 조합을 만들었다. 최근 식당과 카페가 들어오면서 이 지역 임대료 수준은 2~3배 높아졌다고 한다.

    영등포구는 이전 비용 등 지원책과 최적 장소, 비슷한 사례 등을 찾는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다. 오는 10월까지 결과를 발표한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용역 결과가 나오면 중소벤처기업부, 서울시, 경기도 등과 적극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등포구는 '통이전'이 재개발을 원하는 땅 주인과 높은 임차료가 부담스러운 철공소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했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집적지가 와해되기 전에 통이전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했다.

    [그래픽] 문래동 1~4가 공단 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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