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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기념관, 박정희·YS(김영삼)·DJ(김대중) 아들도 뭉쳤다

    김은중 기자 김민서 기자

    발행일 : 2023.06.30 / 종합 A1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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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만·노태우 前대통령 아들 포함, 건립추진위 발족
    4·19 시위 주역들까지 참여… "통합의 계기 만들어야"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인 고(故) 이승만(1875~1965)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 사업이 닻을 올렸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이승만대통령기념관건립추진위원회'가 28일 발족돼 민관 합동으로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기로 했다.

    추진위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자유 가치가 다시 확립되고 한미 동맹이 재건되고 있다"며 "잠시 잊힌 우리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되찾는 길에서 꼭 해야 할 것이 우남 이승만 대통령을 재평가하는 일"이라고 했다. 추진위에는 오래전부터 이 전 대통령 기념 사업을 추진하던 인사들은 물론 전직 대통령 아들 등 각계 인사들이 두루 참여한다.

    우선 이 전 대통령의 양자(養子)인 이인수 박사를 비롯해 박정희 전 대통령 아들 박지만 EG 대표이사, 노태우 전 대통령 아들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 김현철 김영삼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이사장 등 전직 대통령 아들 5명이 고문으로 위촉됐다. 김현철·김홍업씨는 28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발족식에도 직접 참석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차남인 김현철 이사장은 본지 통화에서 "분위기가 훈훈했고 진보·보수 위원들이 같이 있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며 "초대 대통령 기념관이 없다는 게 말이 안 된다. 매우 뜻깊은 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홍업씨도 이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 사업 참여 제안에 적극 응했다고 한다.

    이승만 전 대통령 사후 약 60년 동안 "건국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는 기념관을 설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있어 왔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의 공과(功過)를 놓고 진영 간 평가가 엇갈리면서 기념관 건립 시도가 매번 좌절됐고, 과거 행적에 대한 일각의 폄훼·왜곡 시도도 끊이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이번에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는 일에 이 전 대통령의 정적(政敵)이라 불렸던 죽산 조봉암(1898~1959) 기념사업회의 주대환 부회장을 비롯해 4·19 학생 시위 인사, 전직 운동권, 진보 정치인 출신 등 다양한 정파·배경의 인사들이 두루 참여해 국민 통합의 의미가 극대화됐다. 김황식 위원장은 "국민들에게 이 대통령을 바로 알리고 함께 참여하는 국민 통합의 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죽산은 항일운동을 했던 인물로 광복 후 대한민국 정부 초대 농림부 장관을 지냈다. 2~3대 대선에도 출마해 이 전 대통령과 경쟁했다. 1959년 이른바 '진보당 사건' 때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사형이 집행됐는데 유족들과 정치권 일각에선 이를 '사법 살인'이라 주장해왔다. 이런 가운데 기념사업회의 고위 인사가 이승만 기념관 건립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라 의미가 적지 않다. 주대환 부회장은 "유족들의 한은 아직 풀리지 않았고 사업회 회장에게 허락을 구해 개인 자격으로 참여한 것"이라면서도 "무죄를 선고한 2011년 대법원 재심 판결도 12년이 지난 만큼 얽힌 매듭을 풀 때가 됐다 생각한다"고 했다.

    주 부회장은 "독립협회와 만민공동회를 거치며 중국의 오랜 속박에서 벗어나 미국을 끌어들여 민주공화국을 세우자는 기본 노선이 정해졌다"며 "3·1운동 이후 독립운동의 세계에 박헌영을 비롯한 친(親)소련 공산주의자들이 쏟아졌는데도 이 전 대통령은 해방 후에까지 살아남아 민주공화국 노선을 고집스럽게 지켜 이뤄낸 분"이라고 말했다. "독선적이고 권위적인 리더십이 있었지만 호오(好惡)를 떠나 이승만 전 대통령 정도 되는 사람이 기념관 하나 없다는 건 비정상"이라는 것이다.

    주 부회장은 "대한민국이 건국 75년 만에 성공한 나라로 거듭난 건 '건국의 아버지들'이 처음에 기초를 잘 세웠기 때문"이라며 "숨가빴던 역사를 돌아보고 하나하나 재평가하는 작업을 해야 대한민국이 100년이 됐을 때 후손들에게 기승전결을 갖춰 우리가 어떤 나라를 만들었는지 말해줄 수 있다. 이승만 기념관을 짓는 것도 그런 일이라 생각해 조그만 보탬이라도 되고 싶었다"고 했다.

    주 부회장이 말하는 '건국의 아버지들'은 이 전 대통령을 비롯해 죽산 조봉암, 인촌 김성수, 해공 신익희 등이다. 특히 죽산은 1950년 소수의 대지주에 집중됐던 토지를 실제 농사를 짓는 농민에게 분배 혹은 유상 지급하는 '농지 개혁'을 주도했는데 주 부회장은 이를 우리 현대사의 가장 결정적 순간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이 전 대통령과 죽산이 없었다면 농지 개혁도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그는 "농지 개혁이 성공하면서 대한민국이 유례없이 평등한 나라로 출발할 수 있었고 이게 우리 경제가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며 "건국의 아버지들이 손을 잡고 우리나라를 좋은 나라로 만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대표를 지낸 한화갑 한반도평화재단 총재는 오랜 기간 김대중 전 대통령을 보좌해 'DJ의 가신(家臣)'이라 불린 인물이다. 그는 올해 3월 이 전 대통령의 148번째 생일을 맞아 4·19에 함께한 50여 명과 함께 국립현충원 묘소에 참배했다. "평생 조국 독립을 위해 힘썼고 굳건한 안보의 기틀을 확보한 분"이라고 했다.

    이영일 대한민국역사와미래재단 고문은 4·19 당시 서울대 정치학과 3학년으로 학생 시위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3선 국회의원을 지낸 이 고문은 "당시만 해도 이 전 대통령을 '장기 집권을 하려던 독재자'로만 알고 있었는데 국회의원을 하고 세계 각국의 정치를 보며 오해라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80년대 운동권 출신으로 서총련에서 연대사업국장을 지냈던 김석규 코리아글로브 상임이사는 "예전에는 '우남은 나쁘다' 덮어놓고 욕만 했는데 2차 세계대전 이후 기회가 주어졌는데도 이를 살리지 못한 다른 나라 사례를 접하며 생각이 바뀌었다"며 "해방 정국 당시 정치 리더십이 혼란할 때 총의를 모아 토지 개혁을 추진한 건 대단한 일"이라고 했다.

    이승만 기념관 건립 작업이 탄력을 받는 건 현 정부 리더십의 의지도 작용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전 대통령의 공은 공대로 평가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의 핵 폭주와 올해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 등이 계기가 돼 2030세대를 중심으로 이 전 대통령이 기반을 다진 한미 동맹이 재조명받고 있다. 추진위원인 김군기 영남대 교수는 "유연한 생각을 갖고 있는 젊은 세대가 기념관을 통해 이 전 대통령의 업적과 정신을 자연스레 접하면 '이승만 재평가'도 수월해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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