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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나이' 시행 첫날 표정

'만 나이 통일법' 시행 첫날인 28일 대전의 한 유치원 5세 반 어린이들 사이에선 혼란이 일어났다고 한다. 어제까지는 한국식 나이에 따라 5세로 살던 아이들이 세 살 혹은 네 살이 됐기 때문이다. "내가 아니라 동생이 세 살"이라고 하거나 "원래 같은 다섯 살 친구였던 네 살 아이들에게 형아라고 해야 하냐"는 어린이도 있었다. 교사 윤모(24)씨는 "아이들에게 바뀐 나이를 알려줬는데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 같다"며 "어린이집으로 돌아가야 하냐며 묻는 아이도 있었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 과제로 만 나이 통일법이 시행되면서 이날부터 전 국민의 나이가 한두 살씩 적어졌다. 특히 어제까지 스무 살로 살던 2004년생들은 자신들의 법률상 지위를 궁금해했다. 2004년 12월생 김모씨는 "올해 생일이 지나기 전까지 술·담배 구매를 못 하게 된 것이냐"며 "친구마다 이야기가 달라서 도대체 뭐가 맞는지 하나도 모르겠다"고 했다. 2004년생인 대학생 최모씨는 "다음 달 생일에는 몇 번째 생일이라고 해야 되는지 모르겠다"면서도 "나이가 적어졌으니 군대에 좀 더 늦게 가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정부에 따르면 술·담배 구매와 취학·공무원 시험 응시 연령은 이전과 동일하게 현재 연도에서 출생 연도를 뺀 나이인 '연 나이'를 사용한다. 특히 병역 의무 이행에는 만 나이를 적용하지 않는다. 2023년 기준으로는 2004년생들은 출생일과 관계없이 술·담배 구매가 가능하며 병역 검사를 받아야 한다.

학부모들은 취학 시 바뀐 나이가 아닌 기존의 연 나이를 사용하다 보니 걱정스럽다고 했다. 2016년생이 연 나이 8세에 초등학교에 입학할 경우 같은 1학년이라도 생일에 따라 6세와 7세로 나뉘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는 "같은 교실에도 형, 동생이 함께 있게 돼 따돌림이 생길까 걱정이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인천에서 초등학교 2학년 학급 담임을 맡고 있는 한모(40)씨는 "학생들에게 만 나이를 설명해주니 한 학생이 생일이 지나지 않은 동급생을 '꼬마'라고 놀리는 일도 있었다"고 했다.

결혼정보회사, 여행사 등 연령 정보가 중요한 업계에선 고객들의 혼란을 피하기 위해 기존 나이 계산법을 고수한다는 방침이다. 한 대형 결혼정보회사 관계자는 "당분간은 기존처럼 한국 나이를 그대로 적용할 예정"이라며 "회원 대부분이 현 나이 계산법에 익숙하기에, 프로필 나이가 변동되면 혼란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여행 상품은 원래 항공권의 나이 기준을 따라 만 나이를 적용하고 있었다"며 "앞으로도 만 12세를 기준으로 어린이와 성인 여행 상품이 나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카드사도 상품 가입에 이미 만 나이를 적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큰 혼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보험 가입 시에는 만 나이가 아닌 '보험 나이'가 적용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보험 나이란 계약일에 만 나이를 기준으로 6개월 미만이면 끝수를 버리고 6개월 이상이면 끝수를 1년으로 계산한 나이를 의미한다. 6개월 단위로 나이를 반올림하는 방식이다.

현행 행정 제도는 대부분 기존의 만 나이 기준이 그대로 적용된다. 대통령·국회의원 선거권(만 18세 이상), 근로자 정년(만 60세 이상), 경로 우대(만 65세 이상) 등 만 나이 기준 제도에는 변화가 없다. 기고자 : 정해민 기자 서보범 기자 양승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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