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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 예산 '제로베이스'서 심사

윤석열 대통령은 28일 "말도 안 되는 '정치 보조금', 부패·비리에 연루된 보조금은 전면 삭감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2023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면서 "경제 보조금은 잘 살리고 사회 보조금은 효율화·합리화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고 이도운 대변인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정치 보조금과 관련, "효과 분석 없이 추진된 예산, 노조·비영리단체 등에 지원되는 정치적 성격의 보조금"이라고 정의하면서 "완전히 제로 베이스에서 재점검해야 한다"고 했다. 전임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7년 59조6000억원이었던 국고보조금 규모가 작년 102조3000억원에 달하며 42조원 넘게 급증했지만, 제대로 된 관리·감독이 이뤄지지 않고 정치적으로 남용됐던 만큼 원점 재검토하라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특히 취임 후 1년을 문재인 정부와 대비하면서 "무분별한 방만 재정을 건전 기조로 확실하게 전환했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정부에서만 나랏빚이 400조원 증가해서 70년간 600조원이던 국가 채무가 1000조원을 넘어섰다"며 " (현 정부에서) 국가 채무 관리를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인 24조원의 지출 구조 조정을 단행했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국가 채무는 660조2000억원이었지만, 2022년엔 1068조8000억원이 됐다.

윤 대통령은 이를 '재정 중독'으로 표현하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일각에서는 여전히 재정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빚을 내서라도 현금성 재정 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이것은 전형적인 미래 세대 약탈"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솔로몬 재판에서 보면, 국민을 진정으로 아끼는 정부는 눈앞의 정치적 이해득실보다 국가와 미래 세대를 위해 재정을 건전하게 운영하는지로 판가름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기 없는 긴축 재정, 건전 재정을 좋아할 정치권력은 어디에도 없지만, 불가피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며 "정치적 야욕이 아니라 진정 국가와 국민을 생각한다면 긴축·건전 재정이 지금은 불가피하다"고 했다. 또 "국가와 국민을 진정 사랑하는 정치권력이라면 선거에서 지더라도 건전 재정, 재정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국무위원들에게 "표를 의식하는 '매표 복지 예산'은 철저히 배격해야 한다"며 "예산을 얼마나 많이 합리화하고 줄였는지에 따라 각 부처의 혁신 마인드가 평가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재정이) 국방과 법 집행 등 국가의 본질적 기능 강화, 약자 보호, 미래 성장 동력 확충,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에는 제대로 사용돼야 한다"고 했다.

군 장병 등에 대한 처우 개선, 취약 계층에 대한 사회 서비스 확대 등 '약자 복지' 기조도 재차 강조했다.

약 5시간 동안 이어진 토론에서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임기 말까지 건전 재정 기조를 흔들림 없이 견지하고, 세수 부족이 있더라도 올해는 추경 없이 재정을 운영하고, 내년 이후 국정 운영 필수 소요는 차질 없이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회계 투명성 없는 노조는 지원을 원천 제외하고, 사회적 기업은 인건비 같은 직접 지원은 최소화하되 판로 개척, 경영 컨설팅 중심으로 내실화하겠다"고 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산업 현장의 인력난 해소를 위해 "숙련 기능 인력에 대한 쿼터(외국인 고용 한도)를 지난해 2000명에서 올해 3만명 이상으로 대폭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한 장관은 "계절 근로 체류 기간을 기존 5개월에서 추가 3개월 범위 내 연장이 가능하도록 법령을 개정하겠다"고 했다.

회의에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등 여당 지도부, 대통령실 김대기 비서실장 등 참모를 포함해 약 80명이 참석했다. 논의된 내용은 2024년 예산안 및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반영될 계획이다. 기고자 : 김동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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