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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성이 스스로의 한계를 깰 때까지 뛰도록 도와주기 위해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여성은 남성을 이기기 위해 뛰는 존재는 아닙니다만, 적어도 오래달리기 분야에 있어서 만큼은 여성이 남성만큼이나 우수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더 멀리' 뛸 수 있도록 돕기로 했습니다."

지난 달 23일 룰루레몬 본사 최고 브랜드 책임자(Chief Brand Officer) 니키 뉴버거가 이렇게 말하자 장내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환호했다. 룰루레몬은 이날 전 세계에서 선정한 여성 아마추어 달리기 선수 10명이 '더 오래' '더 멀리' 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소위 '퍼더(Further·더 멀리)' 프로젝트를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내년 3월까지 이들 선수들에게 캐나다 올림픽팀 전문 코치와 스포츠 의학 전문팀을 전담으로 붙여주고, 식단 조절부터 심리치료 관리까지 돕는다. 모든 선수에겐 각종 스포츠 의류·장비를 맞춤형으로 제작·지원한다. 이렇게 1년 동안 지원한 선수들은 내년 세계 여성의 날인 3월 8일에 6일 동안 연달아 뛰는 울트라 마라톤에 도전하게 된다.

왜 하필 오래달리기 여성 선수를 돕는 것일까. 뉴버거는 "다른 운동에선 남녀의 최고 기록 차이가 10%를 넘나들지만, 오래달리기에서만큼은 남녀의 최고 기록 차이가 4~8% 정도밖에 나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오래달리기는 해볼만한 분야가 아닌가 싶었다. 우리가 여성 선수를 전폭적으로 지원해주고 이들이 자신의 한계를 깰 수 있도록 돕는다면, 어쩌면 이들 중에선 남성의 기록을 깨는 이가 나올 수도 있지 않겠는가 생각했다"는 것이다. 이들이 이런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은 여성 스포츠 시장이 코로나 이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이 스스로의 한계를 깰 때까지 뛰도록 돕는다"

10명의 울트라 러너 선수 중엔 한국인 강윤영(43)씨도 있다. 강씨는 지난 20여년을 매일 뛰면서 조금씩 자신의 한계를 깨온 사람이다. 요즘엔 하루에 80㎞까지 뛸 수 있다. 강씨는 "한번도 무리하게 뛰어본 적이 없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그저 오늘은 어제보다 조금 더 뛰었고,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뛸 뿐이에요. 그렇게 꾸준히 오래 했더니 어느덧 울트라 러닝을 할 수 있게 됐을 뿐입니다." 강씨가 그 많은 마라톤 대회에 출전하면서도 지금껏 단 한번도 부상을 당하지 않았던 비결도 여기에 있다. 강씨는 "그저 매일 즐거워서 뛰었고, 그러다 보니 결국엔 이기게 되더라"고 말했다.

룰루레몬 R&D 부문 부사장 샨탈 머내건(Murnaghan)은 "여성 선수들은 오래달리기를 할 때 사용하는 근육(slow-twitch muscle fibers)이 남성보다 20%가량 더 많고, 여성이 같은 조건에서 남성과 마라톤을 뛸 때 사망하지 않을 확률도 1.5배가량 더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문제는 지금껏 이런 사실에 주목한 연구가 없다는 데 있습니다. 주요 스포츠 과학 및 의학 저널 중에서 여성만을 대상으로 한 연구 논문은 4% 정도밖에 되지 않죠. 그래서 우리가 여성 선수들을 집중적으로 연구해보기로 한 겁니다."

◇운동하는 '보통 여성'의 시대

그동안 스포츠 브랜드들은 남성 스포츠 스타를 앞세워 상품을 마케팅하곤 했다. 마이클 조던, 리오넬 메시, 스테픈 커리 같은 이들이 곧 브랜드의 얼굴이자 상표가 되는 것이 당연했다.

최근엔 이런 경향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코로나를 거치면서 여성 스포츠 시장이 무섭게 성장하자 스포츠 브랜드들은 보통 여성들이 운동하는 상황에 주목하게 됐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 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여성 스포츠 의류 시장은 전체 스포츠 시장에서 아직 절반도 되지 않지만, 성장세는 남성을 앞지르고 있다. 남성 시장이 8% 커질 때 여성 시장은 25%씩 커지고 있다.

나이키는 이에 여성 선수의 움직임과 체형에 대한 데이터를 확보해 봉제선과 허리밴드를 수정한 새 여자 축구 유니폼을 내놨고, 아디다스는 여성이 어떤 운동을 해도 몸을 받쳐주는 새 브라&레깅스 컬렉션을 내놨다.

넷플릭스 같은 OTT 콘텐츠도 '몸으로 부딪히는' 여성에 집중하고 있다. 이달 초 방영을 시작한 '불의 섬: 사이렌'은 여성 24명이 6개의 직업별로 팀을 이뤄 미지의 섬에서 치열하게 부딪히는 생존 전투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이다. 올해초 화제를 모았던 예능 프로그램 '피지컬 100'도 남성과 여성이 동등하게 같은 종목의 경기에서 맞붙는 모습을 보여줘 화제를 모았다. 기고자 : 편집국 산업부 송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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