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패션에서 시작한 Y2K 열풍… 자동차·가전까지, 산업 전반으로 확산

▷1면 Y2K에서 계속

문제는 이들의 영향력이 지구의 수억 명을 뒤흔들만큼 컸다는 데 있다. 켄달 제너는 인스타그램에서만 2억9000명의 팔로어를 거느리고 있다. 벨라 하디드와 헤일리 비버는 각각 5916만명과 4978만명, 제니와 뉴진스는 각각 7994만명과 805만명의 팔로어를 두고 있다. 대충 합쳐도 5억명에 육박한다. 이들은 골반에 걸친 늘어진 바지, 카고 팬츠나 스커트, 배꼽이 드러나는 짧은 티셔츠, 얼굴을 덮을 것 같은 헤드폰과 니트 모자, 본 더치 로고가 박힌 모자와 과하게 반짝이는 가방과 액세서리, 벨벳 트레이닝복에 뜻밖에도 열광했고 일상복으로 이런 옛날 스타일 옷을 즐겨 입기 시작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Z세대들이 앞장서서 Y2K 패션을 소비하는 아이러니가 생겨났다. 이들의 이모들이 학창시절에나 했을 법한 배꼽티, 링 귀고리, 집게 핀, 은색 가방이 20년을 거슬러 다시 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게 된 것이다. 월 스트리트 저널(WSJ)은 지난 14일(현지 시각) 전 세계적으로 20대 사이에서 커다란 집게 핀이 다시 유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벨라 하디드, 헤일리 비버 같은 이들이 커다란 집게 핀을 머리에 얹고 다니기 시작하면서 지난 3월 구글에선 '집게 핀'이란 단어 검색이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온라인 쇼핑 결제 서비스인 '클라르나'에서도 지난달 집게 핀 구매액은 전달보다 24%가 늘어났다고 했다.

국내도 비슷하다. 26일 온라인 쇼핑몰 무신사에 따르면 지난 5월 15일부터 6월 11일까지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검색한 단어는 '실버 가방'이었다. 비슷한 시기 유행했던 코르셋, 뷔스티에, 배꼽과 허리선을 드러내는 '크롭탑'도 그다음으로 많이 검색된 상품으로 떠올랐다.

이 트렌드를 겨냥한 신제품도 계속 나오고 있다. 이랜드는 자사 캐주얼 브랜드 '후아유'의 전속 모델 오마이걸 유아와 함께 Y2K 컬렉션을 새로 내놨다. 카고 팬츠, 카고 스커트, 링거 반팔티, 트랙 집업 자켓, 트랙 롱 슬리브 티셔츠 같은 제품들이다.

코오롱FnC의 여성 캐주얼 브랜드 '럭키슈에뜨'는 키링 인형 '럭츄'를 출시했다. 1990년대 말에나 유행했을 법한 캐릭터 키링 인형이다. 해당 캐릭터가 새겨진 티셔츠는 내놓자마자 모두 팔려 바로 재주문을 해야 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자동차, 가전까지…산업 전반으로 확산

Y2K 열풍은 패션에만 그치지 않고 자동차, IT 가전용품까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국내에선 아이돌 그룹 뉴진스가 캠코더 열풍을 일으킨 주인공으로 꼽힌다. 이들이 캠코더를 들고 영상을 찍는 모습이 뮤직비디오에 나오면서 빈티지 캠코더 품귀 현상이 빚어지기 시작했다. 아이돌 그룹 르세라핌의 사쿠라도 소셜미디어에 '라이카'의 디지털 카메라를 새로 장만했다고 자랑하는 글을 올려 화제를 모았다. 최근 컴백한 (여자)아이들은 뮤직비디오도 아예 Y2K 스타일로 내놓았다. 영상엔 자막을 달았고, 4:3 비율에 일부러 심한 저화질로 찍어 2000년대 말 느낌을 살렸다.

폴더폰도 다시 유행이다. 문자메시지는 단문만 보낼 수 있고, 조잡한 저화질의 사진만 찍을 수 있는 구형 휴대전화지만 Z세대 소비자들은 오히려 그래서 새롭다고 열광한다. 일부 아이돌 가수들이 폴더폰을 들고 무대에 올라 팬들의 모습을 사진을 찍으면서 화제가 됐고, 뉴진스는 팬과 그룹이 소통하는 스마트폰 어플케이션도 2000년대 초반의 폴더폰 스타일로 디자인했다.

최근엔 자동차도 1990년대~2000년대 초 스타일을 다시 살려 내놓는 것이 유행이다. 독일 자동차 회사 포르셰는 지난 3월 '네뷸라(Nebula)'라는 아트 카를 미국 텍사스주(州) 오스틴에서 공개했다. 보랏빛 가죽, 으릉거리는 듯한 엔진 소리로 2000년대 초 스타일을 재현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서 '포니의 시간'이란 이름의 전시를 시작했다. 지난 1990년 단종된 지 33년 된 포니 자동차에 대한 수집품과 영상, 자료를 전시했고, 이탈리아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과거의 '포니 쿠페'를 새로 복원한 모델도 국내 최초로 전시했다. 9일~14일 사이 7000명이 넘게 방문했다. 기고자 : 편집국 산업부 송혜진 기자
본문자수 : 1564
표/그림/사진 유무 : 없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