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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인대 손상 후 10년쯤 지나면 절반 이상 퇴행성 무릎 관절염 발생

최근 '골 때리는 그녀들'의 드리블이 한창이다. 방송가에서 가냘프게만 느껴졌던 여성 셀럽들이 강~슛을 날리며 '센 언니들 축구'가 바야흐로 전성시대다. 덩달아 필자 주위에도 축구를 즐기는 여성이 꽤나 늘었다. 다칠까 조심한다고 하지만 안타깝게도 경기 후 무릎 통증을 호소하며 찾아오는 지인들이 많아졌다.

축구는 '인대 손상'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 특히 여성이나 40대 이상 남성의 경우 십자인대 손상은 흔한 일이다. 일단 인대, 그리고 십자인대가 무엇인지 간단하게 짚고 넘어가 보자.

관절을 움직이는 것은 근육이다. 이때 근육과 관절을 연결해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것이 힘줄이다. 관절을 이루는 두 개 뼈가 떨어지지 않게 연결하는 것은 인대의 역할이다. 특히 십자인대는 무릎 위 뼈와 아래 뼈를 크로스(십자) 형태로 연결해 놓은 인대이다. 이 인대가 퇴화하면 무릎이 잘 다치게 된다. 무릎 관절을 굽혔다 폈다 할 때마다 어긋나지 않게 지지해 주는 등 쉴 틈이 없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전방 십자인대가 중요하다.

전방 십자인대의 손상 및 퇴화는 퇴행성 무릎 관절염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다. 그래서 베테랑 의사들은 '퇴행성관절염 의심' 환자가 오면 십자인대, 특히 전방 십자인대가 얼마나 퇴화했는지부터 확인한다.

이는 현재 상태를 넘어 앞으로 병의 예후까지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십자인대 손상 후 대략 10년쯤 지나면 그중 절반 이상에게서 퇴행성 무릎 관절염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십자인대가 손상되면 수술로 재건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퇴행성관절염이 예방되는 것은 아니다. 나이 들수록 전방 십자인대는 더욱더 중요하다.

퇴행성관절염이 심한 경우라도 십자인대가 덜 퇴화했다면 치료 후 통증 재발 가능성이 줄어든다. 전방 십자인대 퇴화가 심한 환자들에게는 무릎을 90도 이상 굽히지 말라고 항상 강조한다. 전방 십자인대가 완전히 끊어진 경우 다 굽혔을 때 관절 안의 뼈와 연골이 더 쉽게 손상되기 때문이다.

수술 중 무릎 관절의 십자인대나 연골 등에 자극이 가해지면 무릎을 움직이는 근육들도 즉각 반응한다(그림 참조). 무릎 안과 무릎을 움직이는 근육들은 서로 긴밀한 정보 공유로 다치지 않고 정밀하게 움직일 수 있게 한다. 그래서 무릎 안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근육의 움직임을 조절해 근육이 무릎 움직임에 맞춰 정밀하게 조절하도록 도와줘야 한다. 이를 '위치 감각'이라 한다.

근육이나 관절의 '위치 감각'에 문제가 발생하면 연골·힘줄을 구성하는 세포들부터 부서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청소 기능이 없어져 세포가 빨리 늙고 새로운 세포가 잘 생기지 않는다. 이런 까닭에 심하게 다치거나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경우 주위 세포가 빨리 퇴화한다. 더 나아가 '위치 감각'도 손상된다. 망가진 '위치 감각' 때문에 연골세포나 십자인대 세포는 더 빨리 없어지고 이는 다시 '위치 감각'을 망가트리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무릎이 지금 당장 아픈 것보다 나이 들수록 계속 퇴화한다는 게 더 큰 문제이다. 더 퇴화하지 않도록 지키는 것이 통증 치료보다 중요하다. 퇴화를 막기 위해서는 무릎 관절 자체뿐 아니라 무릎을 움직이는 근육과 신경의 문제도 같이 해결해야 한다. 그들이 주고받는 신호가 원활해야 퇴화를 멈출 수 있다.

아귀 안 맞는 톱니바퀴가 억지로 계속 돌아가면 결국 마모될 수밖에 없다. 톱니를 움직이는 구동축부터 살펴보고 잘 맞춰줘야 한다. 즉, 무릎 근육과 관절 간의 구동축(신호 체계) 먼저 잘 맞춰야 퇴화를 예방할 수 있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랴'라는 말이 있다. 좋아하는 스포츠를 무릎 손상이 두려워 그만둘 수는 없다. 하지만 운동은 몸이 건강해야 할 수 있다. 더 오래 안전하게 즐기기 위해서는 평소 무릎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규칙적으로 무릎을 관리하지 않고 어느 날 갑자기 축구공부터 차게 되면 이러한 위험이 증가한다는 것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평상시 무릎 관리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은 ▲적절한 체중 유지 ▲규칙적인 운동이다. 체중이 많이 나가면 무릎 관절에 가해지는 부담 또한 커진다. 비만인 경우 십자인대 파열과 상관관계가 크며 퇴행성관절염도 더 빨리 나타날 수 있다. 또한, 규칙적인 운동은 무릎 관절의 근육과 인대를 강화해 관절 보호에 도움이 된다. 매일 보폭 큰 걷기 운동과 하체 근력운동, 그리고 평형감각 운동(한 발로 중심 잡고 서기/ 요가나 태극권으로 몸의 중심을 잡는 연습)을 꾸준히 하면 부상 예방뿐만 아니라 설령 다치더라도 빨리 회복할 수 있다.

운동 시 무릎을 위해 지켜야 할 사항도 있다. ▲무릎 보호대 등 관절 보호 장비 사용 ▲운동 전 10분 이상 스트레칭 등이다. 스트레칭은 유연성을 높이고 관절 보호에 도움이 된다. 무릎 관절에 온찜질을 하거나 관절 주위가 뻣뻣하지 않게 가볍게 마사지해 주면 좋다. 만약 운동 후 무릎 손상이 의심되면 냉찜질로 통증과 염증부터 완화한다.

그래도 통증이 가라앉지 않는다면 정형외과 전문의에게 진찰받아야 한다. 치료해도 장기적으로 통증이 남거나 운동 범위가 제한된다면 이를 반드시 복구해야 한다. 다만 퇴행성관절염이 심한 경우라도 수술을 서두르지 말고 최후의 결정 사항으로 남겨두는 게 좋다. 정확한 원인을 찾아서 더 이상 퇴화하지 않도록 하는 게 우선순위다. 근육과 관절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이들이 척추를 통해 주고받는 유기적 신호 체계가 깨지면 그것이 곧 퇴화란 것을 이해해야 한다. 기고자 : 안강병원장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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