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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진 밀 값 왜 반영 안 하나＂
한국·佛 정부, 가격인하 압박
伊선 가격 담합 조사 요구도

"원가 인상은 가격에 즉각 반영하면서 밀 가격이 내려갈 때는 (가격 인하가) 3개월이나 걸리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추경호 경제부총리의 라면 값 인하 압박을 연상시키는 이 발언은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이 "(파스타 업체들이) 가격을 인하하지 않으면 제재를 가하겠다"며 한 말이다. "밀가루 가격이 내렸다면 제조 업체가 다시 적정하게 라면 가격을 내리든지 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가격 인하를 요구한 추 부총리의 발언보다 오히려 강도가 높다.

한국에서 국민 간식이자 주식인 라면 값이 물가 관리의 표적이 된 것처럼 유럽에서는 "국제 밀 가격이 내렸는데 파스타 제조사들이 폭리를 취한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일 "유럽의 파스타 제조사들이 가격 인하 압박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1인당 연평균 23㎏의 파스타를 섭취하는 이탈리아에서는 소비자단체가 경쟁 당국에 파스타 가격 담합을 조사해달라고 요구하고, 소비자에게 "파스타 파업(pasta strike)에 나서자"고 독려 중이다. 파스타 주원료인 캐나다산 듀럼밀 가격이 2021년 고점 대비 40% 이상 내렸는데 소비자 가격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달 이탈리아의 파스타 가격(1㎏당)은 1년 전보다 14% 올랐다. 영국은 4월 기준 파스타 물가가 1년 전보다 27.6% 뛰었고, 독일(21.8%)과 프랑스(21.4%)의 파스타 물가도 급등했다.

르메르 장관은 이달 초 "75개 식품업체에서 가격 인하 약속을 받아냈다"고 발표하면서 "이르면 내달부터 파스타, 닭고기, 야채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고 했다.

지난 5월 기준으로 국내 라면 값 상승률은 13.1%(전년 동월 대비)로 유럽의 파스타 물가 상승률보다는 낮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로 유로존(8%대)보다 낮은 것을 감안하면 라면 값은 다른 품목에 비해 많이 오른 셈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5월 가공식품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7.3% 올랐다. 상승률 1~5위는 잼(35.5%), 드레싱(31.8%), 물엿(22.7%), 맛살(22.1%), 치즈(21.9%) 순이었다. 밀을 주성분으로 하는 가공식품 중에서는 파스타면(19.6%)과 부침가루(16.4%) 상승률이 라면보다 높았고, 파이(12.4%), 빵(11.5%), 스낵과자(10.5%), 밀가루(10%), 케이크(9.6%) 등은 라면보다 낮았다. 가공식품 73개 품목 중 라면의 물가 상승률은 15위였다.

[그래픽] 밀가루가 주성분인 가공식품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기고자 : 황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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