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극장에서 봤던가, TV로 봤던가. 처음 듣는 이름이 드물게 쏙 박힌 외국 배우. 해리슨 포드 주연 영화가 개봉 박두(迫頭)란다. 그보다 귀에 익은 배역 이름은 '인디아나 존스(Indiana Jones)'. 영어 표기법 따르자면 '인디애나'라 해야 하건만 어림없는 일이다. 연작(連作) 상영 때마다 제목을 '인디아나'라 써놨으니 엄연한 고유명사 아닌가.

이런 기사 다룰 때면 난감하다. 규범에 맞지 않게 굳어버린 외국어의 한글 표기가 한둘이라야지. 당장 '인디아나' 기사가 난 며칠 뒤만 해도 그랬다. '111년 전 침몰한 여객선 타이태닉호의 잔해를 구경하는 관광용 잠수정이 북대서양에서 실종….' 문제는 타이태닉(Titanic)호 비극을 다룬 영화를 1998년 국내에서 '타이타닉'으로 상영했다는 점. 이 제목을 쓰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같은 배 이름이 한 기사에서 다르게 나갈 판이었다.

영화만 그런가 어디. '맥도널드(McDonald's)'로 써야 표기법에 맞는 햄버거의 국내 영업 표기는 '맥도날드'다. 제법 흔해진 외제차 '폭스바겐'은 독일어 표기법에 따르면 '폴크스바겐(Volkswagen)'. 국제 판매 상표와 국내 판매명이 서로 다르게 나가는 우스꽝스러운 일은 무슨 도리가 없을까.

이런 외국어 표기 혼란을 막고자 무던히 애쓰는 국립국어원이 헷갈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피의자(被疑者) 사진을 뜻하는 '머그샷'은 국어원에서 정리한 외국어 표기 용례를 스스로 어기는 꼴. 영상 분야 shot은 '숏(스냅숏, 롱숏, 풀숏)', 운동 분야 shot은 '샷(티샷, 패싱샷, 위닝샷)'으로 구별해 놓고, 영상에 해당하는 mugshot을 정작 '머그샷'으로 적기 때문이다.

'손흥민의 인생샷 장면을 롱숏으로 완성한 이 기자는 흐뭇한 마음에 연거푸 〈one shot〉 했다.' 자, 이 기자가 술 마신 방식은 '원샷'인가 '원숏'인가. 그냥 현실에 가깝게 '샷'으로 통일하면 좋겠구먼. 나오지도 않은 기사에 벌써 골치가 아프다. 기고자 : 양해원 글지기 대표
장르 : 연재
본문자수 : 996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