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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기업·시민단체·주민간 의견 대립… 시위, 농성 끊이지 않아

지난 15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 포스코 본사 앞에 시민 3000여 명이 몰렸다. 현장에는 '실질적인 기업 이전을 당장 이행하라' '포항 시민 기만하는 최정우(포스코홀딩스 회장)는 사퇴하라' 등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려 있었다. 포스코 지주사의 포항 이전을 요구하는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의 시위 현장이다. 참가자들은 "포스코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 인력이 서울에서 포항으로 내려와야 한다" 고 목소리를 높였다.

포스코를 둘러싸고 포항이 시끌시끌하다. '포스코홀딩스 본사 포항 이전' '수소환원제철소 부지 조성' 등을 놓고 지자체, 주민과 시민 단체, 기업 등이 제각각 목소리를 내면서 수시로 시위와 농성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3월 포스코홀딩스는 주주총회에서 본점 소재지를 서울시에서 경북 포항시로 변경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포스코는 지난해 3월 신사업 확대 등을 위해 지주사 '포스코홀딩스'를 출범시키면서 지주사 본사를 서울에 두기로 했다. 그러나 포항 시민들이 "포스코홀딩스 본사도 포항에 있어야 한다"고 반발하자 포항시 요구를 들어 '포항 이전'을 약속했다.

하지만 '포스코홀딩스 포항 이전'에 대한 양측 시각 차가 있었다. 현재 포스코홀딩스에는 전략기획과 마케팅 등의 분야 직원 200여 명이 모두 서울에서 근무하고 있고, 본사 주소만 포항으로 돼 있다. 포스코홀딩스 측은 "소재지(주소) 이전은 충실히 이행했고, 글로벌 경쟁을 위해 전략·기획·마케팅 인력은 서울에 둬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포항시는 "시설과 인력도 모두 옮겨야 진짜 이전"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 때문에 여러 차례 TF 회의도 했지만 의견의 간극을 좁히지는 못했다.

15일 시위를 벌인 범대위는 포항 주민들과 시민 단체, 지역 기업인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의 요구 역시 포스코홀딩스 본사의 실질적 '포항 이전'이다. 이들은 "현재 포스코홀딩스는 주소만 옮겨 껍데기만 포항에 보내고 알맹이인 인력은 서울에 남겨두고 있는 것 아니냐"며 "이름만이 아니라 그 알맹이도 포항으로 옮겨 오는 실질적 본사 이전을 해야 한다"고 했다. 포항시의회도 지난 2월 같은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반면 포항상공회의소와 포스코 포항제철소 협력사협회 등은 "기업과 불화하면 지역 발전을 저해한다"며 포스코 편을 들고 있다. 이들은 "포항시가 진행 중인 정부의 '이차전지 특화 단지 지정 공모' 경쟁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때"라며 "이런 때에 갈등과 반목으로 지역 여론을 분열시키는 건 자멸 행위"라고 했다. 포스코 노조 등은 "범대위가 포스코 직원들의 자긍심을 짓밟는다"고 했다. 자회사인 포스코퓨처엠 측도 "시민들이 과격한 집회로 기업의 경영 활동을 위축시켜 지역 발전을 막고 있다"고 했다.

한편 포스코가 오는 2024년 4월 포항에 착공 예정인 '수소환원제철소' 예상 부지를 놓고도 주변 주민들과 포스코 측이 부딪치고 있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와 인접한 송정동과 제철동 일대 바다를 매립해 135만㎡(약 41만평)를 조성한 뒤 이곳에 수소환원제철소를 짓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수소환원제철은 석탄 대신 '수소'를 연료로 사용해 철을 만드는 친환경 신기술이다. 석탄을 쓰면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지만 수소는 탄소 배출이 없다고 한다. 2050년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포스코가 추진 중인 핵심 사업 중 하나다. 포스코 관계자는 "현재 포항제철소 부지엔 여유가 없고, 업무 효율성을 위해 제철소 인근 공유 수면을 매립, 수소환원제철소를 지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포항환경운동연합과 송도상가번영회 등 8단체가 대책위원회를 꾸려 반대하고 나섰다. 이들은 "포스코가 매립하려는 바다엔 해양 보호 생물인 수거머리말 군락지가 형성돼 있는데 이런 해양 환경을 파괴하며 탄소 중립을 달성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이에 대해 포항지역발전협의회 등 또 다른 시민 단체들은 "공장 지을 땅이 없어 광양으로 넘어간 이차전지와 전기 강판 공장의 사례를 잊어서는 안 된다"며 "수소환원제철소를 반드시 포항에 지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부터 2030년까지 국비 6947억원을 투입해 '탄소 중립 산업 핵심 기술 개발 사업'을 추진하는데, 이 중 1204억원을 포스코 등 철강 업계에 지원할 예정이다. 기고자 : 이승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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