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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년 된 경기장 시설 낡아… 9번 보수했지만 '돈 먹는 하마' 전락

한화 이글스 제2 홈구장인 충북 청주야구장이 프로야구 경기를 치르지 못하면서 '돈만 먹는 하마'로 전락했다. 2010년 이후 9차례 시설 개선에 100억원 넘게 쏟아부었고, 한화 이글스 구단조차 시설 낙후 등을 이유로 2020년부터 경기를 치르지 않고 있다. 충북 지역 야구계에선 "지역 야구 발전을 위해서라도 야구장을 신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청주시는 "야구장 신축은 여건상 어렵다"는 입장이다.

청주야구장은 1979년 지어졌다. 세월만큼 시설은 낡았다. 운동장 상태는 부상 위험이 크다며 선수들이 꺼릴 정도다. 비가 조금만 내려도 '갯벌'처럼 변해버리고, 규모가 작으니 홈런이 자주 나와 '투수들의 무덤'이라는 오명(汚名)도 붙였다.

이에 청주시는 지난 2013년 42억원을 들여 인조 잔디를 깔고 관중석도 7400여 석에서 1만500석으로 늘렸다. 이렇게 최근 10년 동안 100억원 넘는 비용을 들여 9번이나 시설을 보수했다. 경기장 크기는 현재 홈에서 좌우 펜스 거리 100m, 중앙 펜스까지 115m다. 이것도 몇 해 전 각각 2m, 5m 정도를 늘린 것이다. 하지만 중앙 펜스 거리로 볼 때 서울 잠실구장(125m)보다 10m나 짧은 수준. 여전히 한국야구위원회(KBO)와 프로 선수들의 기대에는 못 미친다. 홈·원정팀 휴게실도 샤워기가 9개씩밖에 없고, 선수 휴식 공간도 50㎡로 비좁은 형편이다.

한화 이글스는 그동안 홈경기 중 일부를 청주야구장에서 치렀다. 청주야구장에서 연간 개최한 경기는 2012년 12경기, 2013~2015년 5경기, 2016~2017년 6경기, 2018~2019년 7경기 등이었다. 하지만 2020년부터는 아예 열리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된 올해에도 청주야구장은 한화 구단에서 단 한 경기도 배정받지 못했다. 작은 구장에 익사이팅 존을 설치해 파울 라인과 관중석 간격이 매우 좁고, 운동장이 딱딱한 점, 인조 잔디 상태가 좋지 않은 점 등 선수들의 부상 위험이 크다는 이유 때문이다. 한화 이글스 선수단 내부에서도 "지난 10여 년간 시설을 고쳤다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청주시는 내년도 프로야구 경기를 유치하기 위해 오는 8월부터 청주야구장 시설 개선 공사를 진행한다고 22일 밝혔다. 앞서 지난달 25일 한국야구위원회와 야구소프트볼협회, 한화 이글스 측의 시설 개선에 대한 의견도 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말까지 18억8600만원을 들여 야구장 배수 시설 개선, 인조 잔디와 안전 펜스 교체, 1·3루 옆 익사이팅 존 재설치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경기장 바닥을 고르고 마운드도 보수한다. 시설 개선을 잘 마치면 내년 한화 이글스 경기를 일부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청주시는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배수 시설이나 파울 지역 개선, 안전 펜스 설치 등 KBO와 한화 이글스 측 요구를 모두 충족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한화 이글스 관계자는 "청주시가 시설을 개선한다고 하니 지켜봐야겠지만 선수들의 안전과 컨디션 유지, 이동 문제 등 여러 조건이 맞아야 경기 배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충북 야구인들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그만하고 새 야구장을 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회사원 정모(44)씨는 "대구 등 다른 지역도 결국 낡은 야구장을 고쳐서는 못 쓰지 않았느냐"며 "지역 야구 발전을 위해서라도 야구장을 신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화 이글스 투수 출신으로 현재 야구 지도자로 일하는 송창식(39)씨는 "지역 유명 중학교 야구팀에 올해 신입생이 2명밖에 들어오지 않았다"며 "이대로 가면 조만간 충북 야구계 기반이 무너질 것이다. 청주시가 나서서 야구장 신축 등을 적극 검토해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병전 청주시 체육시설과장은 "2년 전 시민 설문조사에서 야구장 신축보다 다른 체육 시설 확충을 원하는 의견이 더 많았다"며 "야구장 신축은 부지와 예산 확보가 어려워 당장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난색을 보였다. 기고자 : 신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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