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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에 대해 물음표를 던진 때는 신도시로 이사한 직후였다. 태권도 학원 버스가 정문 앞에서 아이를 태우기로 되어있으니 아이에게 차 타는 곳을 알려주며 동네 산책을 했다. 주변 단지는 모두 지상을 공원화한 차 없는 아파트였고 차들은 출입구에서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구조였다. 차가 드나들 수 있는 출입구는 단지마다 대체로 두 곳이었고 사람들은 두 출입구 외에도 작은 오솔길이나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놀 수 있는 광장 쪽이나 분수대와 나무가 배치된 공원 쪽으로도 드나들 수 있었다.

단지마다 정문으로 삼은 곳에는 아치나 직선으로 디자인한 게이트형 문주에 아파트 브랜드 이름을 붙여 조명을 달아놓았고, 한가운데로 차가 드나들었다. 정문과 정문이 아닌 곳을 구별하려면 차가 드나드는 길이 가운데 있고, 아파트 이름을 붙인 문주가 있느냐 없느냐를 보면 된다고 했다.

나는 이 얘기를 들었을 때부터 시간이 꽤 지난 지금까지도 이 개념에 고개를 갸웃한다. 정문이라고 부르는 곳을 나는 '주차장 출입구 1번', 부출입구를 '주차장 출입구 2번'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나뿐만은 아닌 듯하다. 의아함을 표현하면 대개는 고개를 끄덕이며 차와 사람의 관계가 뒤바뀐 사례를 이야기한다.

이른바 정문은 들고 나는 차량이 많아 걷는 사람은 건널목에서 한참 기다려야 하고 위험하고 시끄럽다. 오히려 차도와 연결되지 않은 공원 쪽 길이 내게는 더 정문답게 여겨진다. 야트막한 경사를 따라 다양한 꽃나무가 늘어서 있고,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의 까르륵대는 웃음소리가 있고, 유모차에 앉은 아이들을 지켜보는 부모들이 앉은 벤치에 나무 그늘의 넉넉함이 있다.

지상에 차가 없는 안전한 아파트를 표방하면서 사람이 안전하게 마음 놓고 드나들 수 있는 출입구가 아닌 진출입 차량의 관리와 통제를 주로 하는 출입구를 정문으로 여기는 일이 맘속으로 오래도록 적응되지 않는다. 정문을 보며 '우리는 건물을 만들고 건물은 다시 우리를 만든다'는 윈스턴 처칠의 말을 되새겨보곤 한다. 기고자 : 임미다 2023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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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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