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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 미국 사회의 가장 뜨거운 화두 중 하나는 '성 소수자(LGBTQ)' 이슈다. '성 소수자 자긍심의 달(프라이드 먼스)'을 맞아 진영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성 소수자, 친(親)성 소수자(앨라이) 진영이 미국 사회에서 얼마나 큰 정치 집단으로 성장했는지다.

지금 미국 정치판에서 성 소수자 진영의 영향력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 지난해 10월 인권 단체 휴먼라이츠캠페인(HRC)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성 소수자 인구 비율은 지난 10년 사이 3.5%에서 7.1%로 2배 이상으로 늘었고, 앨라이 진영은 전체 유권자의 38%인 6200만명에 달한다. 불과 십수 년 만에 전통적 보수 지지층에 필적할 만한 집단으로 성장한 것이다.

연임에 도전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들 진영의 기수(旗手)를 자처하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백악관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프라이드 먼스 기념식'을 열었다. 그가 "성 소수자에 부정적인 법안들은 미국의 가치를 공격하는 것"이라며 열을 올리자, 관중은 "4년 더"를 연호했다.

이웃 나라 일본은 국제정치에서 성 소수자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다. 지난달 히로시마에서 열린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다른 선진국들이 일본 내 성 소수자 차별 문제를 제기하며 압박해왔기 때문이다. 올 2월 보수 여당 자민당 출신인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동성 커플 주변에 살고 싶지도 않다"고 발언한 자신의 비서관을 전격 해임한 데 이어, 지난 13일 일본 중의원(하원)은 '성 소수자 차별금지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 역시 자민당이 앞장서 제출했다.

한국은 어떤가. 우리나라의 성 소수자, 앨라이 인구는 점점 불어나고 있다. 23년 전 처음 열린 '서울 퀴어문화축제' 참가자는 50여 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1만3000여 명이 모였다. 특히 젊은 층 사이에서 성 소수자 친화적 인식이 꾸준히 확산하고 있다. 지난달 한국 갤럽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20대 응답자 75%가 '동성애도 사랑의 한 형태'라고 답했다. 보수적인 시민들에겐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이들은 더 이상 '극소수'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국에서 이들의 정치적 가능성은 한 번도 수면 위로 올라온 적 없다. "성 소수자는 좌파" "성 소수자는 절대적 소수"라는 편견 때문이다. 성 소수자뿐만 아니라, 이들을 이해하는 '앨라이' 인구도 늘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말이다. 한국 사회에선 세대·지역·계급 등 한 인간을 구성하는 기본적 요소들이 각각 확고한 정치 성향과 연동된다. 여기에 '내가 누구인지, 어떤 성별을 사랑하는지'도 더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재미있는 상상을 해본다. 각종 문화 행사에서 존재감을 다지고 있는 대통령 부인이 다음 달 열리는 퀴어문화축제에 등장한다면? 입만 살았던 '자칭 진보' 정치인들은 '멘붕'에 빠질 것이다. 기고자 : 김지원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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