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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데뷔 21년만에 대기록 세워
신인 시절 방출 수모… 뒤늦게 만개

KIA 최형우(40)가 한국프로야구 역대 첫 1500타점 주인공이 됐다.

최형우는 20일 대전 한화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원정 경기, 0-1로 뒤지던 4회초 1사 1루에서 한화 선발 한승주(22)의 시속 144㎞ 초구를 받아쳐 중견수 뒤쪽 담장을 넘기는 비거리 125m짜리 2점 홈런을 터뜨렸다. 이날 경기 전까지 이승엽(은퇴·현 두산 감독)과 타점 공동 1위(1498점)였던 최형우는 이날 홈런 한 방으로 단숨에 2타점을 보태 타점 부문 단독 1위로 올라서면서 첫 1500타점 주인공이 되는 기쁨도 누렸다. 6위 KIA는 한화를 6대4로 따돌리고 5위 두산과 승차를 1게임으로 줄였다. 이날 결승 홈런 주인공이 된 최형우는 "팀이 필요할 때 쳐서 최다타점 기록을 세워 기분이 좋다"며 "내심 빨리 기록을 세워 부담을 떨치고 싶었는데, 오늘 운이 좋았던 것 같다. 그동안 열심히 잘 살아와서 이런 영광을 맛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내가 내성적이라 공적인 자리에서 그동안 감사 표시를 못했는데, 지금의 내가 있게 만들어준 감독님들, 코치님들에게 정말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했다.

올해로 프로 18시즌째를 치르는 최형우는 인간 승리 주인공으로도 통한다. 화려한 기록 뒤에 뿌려진 땀은 누구보다 많았고, 열정은 그 누구보다 뜨겁다. 그의 파워와 정교함은 현재 두산 지휘봉을 잡고 있는 이승엽(47) 감독과 비교되곤 한다. 하지만 프로 데뷔부터 화려하게 조명받은 이승엽 감독과는 달리 최형우는 프로 초반엔 가시밭길을 걸었다. 전주고 졸업 후 2002년 삼성에 2차 6라운드(전체 48순위) 지명된 그는 낙제점에 가까운 수비 때문에 세 시즌 동안 6경기 출전, 7타수 2안타란 초라한 성적표를 들고 방출됐다. 막노동 일을 하다 그해 창설된 경찰청 야구단에 지원서를 내 합격한 그는 포수에 대한 미련을 접고 외야수로 변신했다. 그리고 2007년 퓨처스리그(2군)에서 도루를 뺀 7개 부문 1위를 차지하면서 잠재력을 꽃피웠다. 최형우는 프로 생활을 시작한 곳에서 성공하고 싶어 2008년 삼성과 계약하고 다시 1군 무대에 도전했고, 이후 리그를 지배하는 강타자로 거듭났다. 2011년에는 홈런과 타점왕에 등극했고, 2016년에는 타율·최다안타·최다타점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삼성에서 전성기를 보낸 그는 2017년 고향 연고지 팀인 KIA로 이적했다. 당시 4년 총액 100억원(계약금 40억원, 연봉 15억원)으로 KBO리그에 첫 총액 세 자릿수 시대를 연 그는 2020년 시즌 후에도 3년 총액 47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전성기가 지났다는 평가가 무색하게 2020년 타격왕(0.354)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2021년과 2022년 타율이 2할대로 떨어지고 대포도 각각 12개, 14개로 예년처럼 터뜨리지 못했지만, FA 계약 마지막인 올해 다시 3할대 타율과 함께 찬스에 강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KIA 타선의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하고 있다.

그동안 KBO리그 통산 타격 기록은 이승엽 천하나 다름없었다. 이승엽이 2017시즌을 끝으로 은퇴했을 때 홈런·득점·타점·2루타·최다루타 부문에서 통산 1위였다. 하지만 그중 2개가 2023년 최형우에 의해 깨졌다. 최형우는 4월 23일 삼성과 홈경기에서 통산 465번째 2루타(현재 477개)를 쳐 이승엽(464개)을 넘어섰고, 20일 최다 타점 단독 1위 자리까지 꿰찼다.

SSG는 잠실에서 연장 10회초 최정(36)의 만루홈런을 앞세워 두산을 6대1로 눌러, 이날 NC에 4대8로 발목이 잡힌 LG를 반 게임 차로 제치고 다시 단독 1위로 올라섰다. 최정은 통산 타점 4위(1415점)를 달리고 있다. 키움은 삼성을 7대2로 눌러 3연승을 달렸고, KT는 롯데를 5대2로 제압했다.

[그래픽] 최형우 기고자 : 강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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