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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참전·37년간 경찰 헌신 故 이희철씨의 장남 이삼선씨
＂아버지 통해 자기 소임 다한 평범한 이들의 역사 보여주고 싶어＂

"아버지가 왜 38선을 다섯 번이나 넘어야 했는지, 아버지를 통해 자기 소임을 다한 평범한 이들이 써내려간 역사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6·25 참전 용사이자 37년 6개월간 대한민국 경찰로 헌신한 고(故) 이희철(1928~2021)씨의 큰아들 이삼선(72·사진)씨는 18일 이렇게 말했다. 그는 최근 아버지의 회고록 '못다 이룬 귀향의 꿈'(승연사)을 펴냈다. 아버지의 구술과 해방 후 기록을 아들이 엮어 3년 만에 책으로 출간한 것이다. 부제는 '6·25전쟁 참전 경찰관의 치열했던 인생 이야기'.

이희철씨는 황해도 봉산군 출신으로, 1947년부터 6·25전쟁 중까지 38선을 다섯 차례 넘었다. 책은 그가 처음 남으로 내려갔다가 자리를 못 잡고 고향으로 돌아오자 아버지가 꾸중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북이 토지를 몰수하고 이씨 가족을 척박한 황해도 신천 지역으로 이주시키자 다시 월남해 1949년 경찰이 되는 과정, 이후 경찰로 6·25에 참전해 인천에서 부산까지 밀려 내려갔다가, 인천상륙작전 이후 다시 인천으로, 북진해 황해도 사리원까지 올라가 가족과 상봉한 뒤 다시 헤어져 내려오는 이야기가 어제 일처럼 생생히 담겼다. 이희철씨의 부친과 동생들, 아내와 큰딸도 1·4후퇴 때 월남했다. 이후 5남매를 낳고 길러내는 개인사 속에 공비 침투, 10·26 사태, 88 서울올림픽 등 주요 사건이 녹아 있다.

아들 이씨는 역사적 배경 설명을 덧붙이고, 다른 가족들의 증언도 담아 입체적으로 책을 구성했다. 위암 4기에야 병원을 찾은 아버지는 재작년 종이에 출력한 책 초간본만 보고 세상을 떠났다. 이씨는 서울대 사범대를 나와 이한동 국무총리 시절 의전비서관을 했고, 한전산업개발 사장을 지냈다.

"공무원 박봉에 5남매를 가르치고 기르느라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억척스럽게 생계를 꾸리셨죠. 아버지 유품을 정리하다 보니 검정 슬리퍼를 여기저기 꿰매가며 신으셨더라고요…." 그는 "어린 시절에 아버지가 우시는 걸 몇 번 봤는데 월남한 뒤로 돌아가셔서 보지 못한 모친이 그리워 그러셨더라"며 "황해도의 모친 묘소를 찾는 것이 아버지의 '못다 이룬 꿈'이 됐다"고 말했다. "이 책이 앞선 세대가 지킨 나라와 가족의 소중함을 알릴 수 있길 바랍니다." 기고자 :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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