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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김기림·박태원·김유정… 九人會 친구들과 함께 바라본 풍경

중앙청은 원래 조선총독부 건물이다. 구본웅의 나이 스무 살 때인 1926년에 세워졌다. 광복 후 정부 청사, 박물관으로 쓰이다가 1996년 11월 완전 철거됐다. 그림 속 중앙청 건물의 각도로 보아 화가는 중앙청의 동남쪽에 서서 북서쪽을 바라보고 있다. 그 시선의 출발점은 2호선 을지로입구역과 광교 사이, 우리은행 종로금융센터(옛 제일은행 본점)의 길 맞은편, 구본웅의 다동 집이다.

전경으로 전통 한옥, 일본식 가옥, 적벽돌 양옥 등을, 중경으로 중앙청을 배치했다. 그리고 원경으로 북악과 인왕산 줄기 뒤로 북한산의 향로봉, 비봉, 승가봉, 문수봉 등을 흐릿하나 사실적으로 담았다. 구본웅의 스승은 사토미 가쓰조(里見勝

)다. 사토미는 야수파 작가 블라맹크를 사사했다. 야수파적 성향의 화가답게 구본웅은 빠르고 거친 붓질로 이 그림의 화면을 처리했다.

구본웅에게는 나이가 어린 이모 변동림이 있었다. 변동림은 구본웅의 친구인 시인 이상과 결혼할 때까지, 반년이 채 안 되어 사별한 후 김향안이란 이름으로 개명하여 화가 김환기와 재혼할 때까지 쭉 구본웅의 집에서 살았다. 그녀도 같은 시점으로 북한산을 바라보며 풍경을 눈에 담았다.

구본웅의 부친 구자혁은 척추 장애로 등이 굽은 구본웅의 처지가 늘 안쓰러웠다. 그는 아들 친구들에게 자상했다. 이효석, 이무영, 유치진, 조용만, 이태준, 김기림, 정지용, 박태원, 이상, 박팔양, 김유정, 김환태 등 구인회(九人會) 회원들이 구본웅의 집에 수시로 드나들며 따뜻한 대접을 받았다. 그들에게도 이 그림 속 풍경은 익숙했을 것이다. 구인회가 1936년 3월 창간한 잡지 '시와 소설'은 구본웅의 부친이 경영하던 창문사에서 발간되었다. 박태원이 부지런히 걸으며 서울을 묘사한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이란 글을 남겼다면 구본웅은 가만히 서서 북한산과 서울의 먼 하늘까지 담은 그림을 남겼다.

북한산 뒤편은 서산(西山)이라 부른다. 그곳에 구본웅 일가의 150만평쯤 되는 넓은 땅이 있었다. 서산은 구본웅의 호이기도 하다. 1952년, 구본웅의 삶을 실감시켜 주던, 땅에서 하늘로 이어지는 감각의 소실점이 사라지는 순간이 왔다. 구본웅은 풍경과 그림을 번갈아 바라보던 두 눈을 감았다. 이 그림의 뒤편이자 소실점의 뒤편,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효자동 1번지, 서산 사기막골로 가서 편히 누웠다.

작품 보려면…

▲서울 소마미술관 8월 27일까지 ▲입장료: 성인 1만5000원, 학생 9000원 ▲문의: (02)724-6017 기고자 : 황인 미술 평론가
장르 : 연재
본문자수 : 1267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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