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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 이전에 성격 유형론의 대세는 별자리였다. 5월 중순부터 하지까지의 별자리는 쌍둥이자리. 쌍둥이자리에 태양이 들면 하지가 된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제우스와 인간 레다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폴룩스에게는 아버지가 다른 형제인 레다의 아들 카스토르가 있었는데, 신의 아들 폴룩스는 영생불사하나 인간인 카스토르는 죽음을 맞았다. 이에 폴룩스가 제우스에게 간청하여 둘이 함께 묶여 별이 된 게 쌍둥이자리다. 따라서 서양 달력에서 남자아이 둘이 꼭 붙어 있으면 쌍둥이자리다.

황도십이궁 별자리를 벽화로 그린 서양미술사의 대표작이 바로 이탈리아 페라라의 팔라초 스키파노이아에 있는 '달력의 방'이다. 15세기 중반, 페라라 군주 보르소 데스테가 가문의 별장이던 이 건물을 증축하면서 가로 24m, 세로 11m, 높이 7.5m에 이르는 거대한 방에 프란체스코 델코사(Francesco del Cossa)를 비롯한 당대 페라라 최고의 화가들에게 벽화를 맡겼다. 네 벽에는 열두 별자리를 관장하는 신들의 행렬, 별자리의 상징, 그리고 자신의 선정을 보여주는 평화로운 페라라 일상이 그려졌다.

페라라는 '15세기 할리우드'라고 할 만큼 당대 예술과 학문, 오락과 문화의 유행을 선도하는 곳이었다. 그 중심에 선대 군주였던 리오넬로와 보르소가 있었다. 둘은 군주였던 아버지 니콜로의 서출 셋 중 둘째와 막내였다. 그나마 큰형은 아버지의 배우자와 불륜을 저질러 처형당했으니 이 둘이 적자들을 제치고 후계자가 될 리 없었다. 그러나 리오넬로는 군주가 됐고 그 뒤를 보르소가 이었다. 벽화 속 태양을 가운데 두고 두 손을 꼭 잡은 쌍둥이자리가 마치 이 둘을 그린 것 같다. 기고자 :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장르 :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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