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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들 구스비, 光州·서울서 연주회
＂韓 작곡가 작품도 연주할게요＂

"안녕하세요. 랜들입니다."

한국계 미국 바이올리니스트 랜들 구스비(27·사진)가 19일 리움미술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한국어로 웃으며 인사했다. 의례적인 한국어 인사말이 아니었다. 그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아버지와 재일교포 3세인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세계적 명문 음반사 데카(Decca)와 음반 두 장을 발표하며 워싱턴포스트의 '21세기 클래식 음악가 21명'에 선정된 기대주이기도 하다. 20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22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첫 내한 공연을 앞둔 그는 "절반의 한국인으로서 어머니의 나라를 처음 찾게 되어서 흥분된다"고 말했다.

일본 오사카에서 처음 만난 구스비의 부모는 미국으로 함께 건너가 결혼했다. 그 뒤 아버지는 마케팅 관련 일에 종사했고 어머니는 미국 현지 일식당에서 종업원 등으로 일했다. 그는 "부모님의 헌신과 희생 덕분에 오늘날 저와 제 바이올린 연주가 모두 존재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가 매일 거르지 않고 연습하도록 한 것도 어머니였다. 그는 "농구와 비디오 게임, 만화까지 좋아하는 취미가 많아서 연습을 그만두고 싶은 적도 많았다. 하지만 어머니는 방에 계시거나 타이머(timer)를 켜놓고서 하루 3시간씩 연습을 마친 뒤에야 놀 수 있도록 허락하셨다"고 말했다. '전형적인 한국식 모정(母情)'인 셈이다. 이날 함께 방한한 어머니도 간담회 내내 뒷자리에 앉아서 아들의 말에 귀 기울였다.

그의 음악적 행보에는 독특한 점이 있다. 잘 알려진 클래식 명곡뿐 아니라 윌리엄 그랜트 스틸(1895~1978)과 플로렌스 프라이스(1887~1953) 같은 미국 흑인 작곡가들의 작품을 적극적으로 찾아내서 연주하고 녹음한다는 점이다.

한국과 아시아 생존 작곡가들의 작품을 연주하는 것이 그의 다음 목표다. 최근 삼성문화재단(이사장 김황식)의 악기 후원 프로그램 대상자로 선정된 그는 1708년산(産)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을 대여받아 연주하기 시작했다. 구스비는 "흔히 스트라디바리우스는 밝고 화려한 음색만 연상하기 쉽지만, 이 악기는 풍성하면서 초콜릿 같은 짙은 사운드를 함께 지닌 것이 매력"이라고 말했다. 기고자 : 김성현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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