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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와인 평론가 제임스 서클링 인터뷰

"제임스 서클링 지금 한국 와 있다네요" "재석이형(제임스 서클링 애칭) 까사 델 비노에 떴습니다".

지난달 말,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선 이 남자의 동향이 화제였다. 현재 활동하는 와인 평론가 중 세계 최고로 꼽히는 제임스 서클링(65)이 4년 만에 한국을 찾은 것. 그가 2019년 서울에서 자신이 90점 이상을 준 와인 200여 종을 모아 연 와인 행사(그레이트 와인스 오브 더 월드)는 1000여 명이 올 만큼 화제였다. 오는 10월엔 서울에서 제2회 행사가 예정돼 있다.

한국은 그에게 '아내의 나라'이기도 하다. 그는 2013년 한국인 마리 서클링과 결혼했다. 아내가 해준 한식에 와인 마시는 걸 그는 가장 좋아한다.

최근 행사 준비차 방한한 서클링은 "어제도 설렁탕으로 해장했다"며 "뚝배기 한 그릇을 국물까지 다 비웠다"고 웃었다. "한국은 '반찬'이 참 다양한 나라예요. 그래서 사실 한식은 어떤 와인과도 잘 어울립니다. 양념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너무 도수가 높고 무거운 와인만 아니면 돼요. 저도 집에선 아내가 해준 반찬에 화이트, 레드 둘 다 꺼내놓고 다 같이 마시는 걸요, 하하!" 그는 한국어가 어렵다면서도 '반찬'이란 단어만큼은 정확한 한국어로 발음했다.

서클링은 1981년 유명 와인 전문지 '와인스펙테이터'에서 일을 시작했다. 와인을 업(業)으로 삼은 건 이때지만, 와인을 즐긴 건 훨씬 전부터다. 와인 애호가였던 아버지 덕에 그의 집 와인셀러엔 늘 와인이 넘쳐났다. "와인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일단 그냥 '마시라'고 얘기하고 싶다. 나 역시 처음 아버지 셀러에서 와인을 꺼내 마셨을 때, 프랑스 레이블(와인 상표)이 너무 어려워 해독을 못 하겠더라. 와인은 유독 공부해야 하는 술이란 인식이 있는데, 와인은 배우는 게 아니라 마시는 것이다."

1985년 '와인스펙테이터' 유럽 지사장을 맡으면서, 그는 유럽 전역의 와이너리를 돌며 좋은 와인을 발굴해 냈다. 지난 40여 년간 다닌 와이너리가 2800여 곳 이상으로, 이삿짐 상자로 500상자의 취재 노트를 썼다. 2010년엔 자신의 이름을 딴 '제임스서클링닷컴'으로 독립했다.

그는 "와인 평론가가 과음하는 사람들은 아니다"라면서도 "6개월에 한 번씩 건강검진을 받는다"고 했다. "아직 큰 건강상의 문제는 없다. 물을 많이 마시고, 꾸준히 테니스를 친다. 매일 아침 아내가 해준 현미밥에 김치, 계란프라이, 된장국을 먹는 것도 건강 비결이다."

서클링은 "최근 전 세계 어느 와이너리를 다녀도 '한국 시장'에 대한 질문이 빠지지 않는다"며 "한국은 지금 전 세계 와인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시장"이라고 했다. 국내 1인당 와인 소비량은 2016년 780㎖에서 2021년 1479㎖로 증가했다.

시장은 성장했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다. "한 백화점에 와인을 보러 갔더니, 어느 나라 와인인지와 가격 정도만 있고, 여전히 설명이 부재하더라. 이렇게 되면 가격만으로 와인을 고르는 일이 생긴다. 돈 많은 사람들은 비싼 와인만 선호하고, 젊은 층은 가성비 좋은 와인만 찾는 식이다."

그는 '콜키지(Corkage)'가 지나치게 비싼 점이나, 잔 단위로 파는 와인(글라스 와인)이 부족한 것도 와인에 대한 사람들의 진입 장벽을 높인다고 했다. "한국은 병을 하나 열어서, 다 먹어야 하는 문화가 있다. 코라뱅(coravin) 등 품질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와인을 잔 단위로 마실 수 있게 추출하는 방법이 있다. 와인은 여러 와인을 비교하면서 마시는 즐거움이 큰데, 글라스 와인 문화가 정착된다면 좋겠다."

'가장 좋은 와인은 무엇이냐'는 물음엔 이런 답이 돌아왔다. "좋은 와인은 비싼 와인이 아니다. 잔을 끝냈을 때, 한 잔 더 마시고 싶은 와인이다." 기고자 : 남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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