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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아들은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있다. 엄마의 마음도 덩달아 요동친다. 얘기하다가 갑자기 입 냄새가 난다며 코를 틀어막고 나가라고 하지를 않나, 그렇게 키가 작은데 괜찮으냐고 하지를 않나. "나가" "싫어" "왜?"라는 짧은 말로 모든 의사소통을 한 번에 끝낸다. 지금 우리 집에서는 반려동물 앵무새보다 내 지위가 낮다.

아들은 방문을 잠그고 잔다. 뭐든 그 방에 들어가면 블랙홀처럼 사라지기 때문에 아들이 방문을 잠그기 전에 미리 잘 챙겨둬야 한다. 호시탐탐 고속 충전이 되는 내 컴퓨터 충전기를 노린다. 무섭다고 불도 밤새 켜고 잔다. 밤새 불을 켜 놓는 것도 전기료가 아깝고, 내 PC 충전기를 자꾸 뽑아 가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방문이 잠겼기 때문에 충전기를 꺼내려면 반대쪽 베란다 쪽 창문으로 넘어서 들어가야 한다. 주말 아침에 베란다 창을 넘어 아들 방으로 들어가려다가 발을 접질렸다. 왼발은 꺾이고 오른쪽 발가락이 창틀에 끼었다. 멋지게 착지하려던 생각과 달리 균형을 잡지 못하고 비틀거리다가 침대 위에 자는 아들 위로 떨어졌다. 아들은 자다가 날벼락을 맞고 졸지에 놀라서 짜증을 냈다. 나는 내 처지가 웃겨서 한참을 웃었다. 발가락에서 피만 나고 끝난 줄 알았더니 걷는 발이 점점 불편해 온다. 안 되겠다 싶어서 토요일 아침 일찍 병원에 갔다. 다행히 뼈는 이상이 없고 근육이 놀란 것 같다며 물리 치료를 받고 왔다. 성급하게 창문을 넘지 않아도 될 텐데 나는 또 왜 그리 조급했나.

내가 왜 이렇게 안달복달하나 싶어서 답답한 마음을 선배 엄마인 친구에게 토로했다. 그녀는 의외의 답을 내놓는다. "일할 때처럼 해. 고속 충전기가 문제라면 그냥 하나 더 사면 되지 왜 분쟁의 씨앗을 그냥 두냐?" 합리적이다. 나도 원래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아들의 문제만큼은 내가 아주 비이성적이고 감정적으로 대하고 있다. 아들은 이미 문을 잠그고 거리 두기를 시작했다. 방문을 닫으며 열심히 신호를 보내는데, 거리 두기는커녕 엄마 맘대로 하려고 하니 분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거리 두기 신호가 왔다면 거리 두기로 응답하면 된다. 이렇게 쉬운 걸 실천하기가 참 어렵다. 아직도 걸을 때 발가락이 불편하다. 근육통이 생길 때마다 생각한다. "거리 두기" 하라는 신호구나. 부모의 길이 이렇게 멀고 험하다. 기고자 : 정다정 메타 인스타그램 홍보 총괄 상무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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