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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 없는 폭염에 시민들 비상

서울 지역의 19일 낮 최고기온이 34도를 기록해 폭염주의보가 발령됐다. 서울에는 전날도 폭염주의보가 발효됐는데, 작년보다 일주일 빨랐다. 강원 일부 지역은 관측 이래 가장 더운 6월 중순 기온을 기록했다. 동해안 일대에서는 열대야도 나타났다. 이와 같은 더위는 한층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은 올해 남인도양과 필리핀해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 우리나라 부근에 고기압성 순환이 강화되면서 여름철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고기압 영향권에 들면 바람이 불지 않고 구름 없이 맑은 날이 늘어난다. 뜨거운 햇살이 그대로 내리쬐면서 지표를 달궈 기온은 올라간다.

이날 서울 지역 최고기온은 8월 최고기온 평균(30도)보다 4도 높았다.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폭염에 가파르게 오른 전기요금으로 인한 '냉방비 폭탄' 우려가 겹치면서 시민들은 백화점, 카페 등 에어컨이 가동되는 실내 공간을 찾았다.

서울 송파구 롯데타워는 월요일인데도 사람들로 붐볐다. 곳곳에 빼곡히 앉은 사람들은 대부분 손으로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노모(37)씨는 "집이 근처이고 이곳에서 볼일도 없지만, 더위를 피해 들렀다"며 "전기요금이 워낙 올라 집에서도 에어컨을 마음껏 틀기가 어려우니, 에어컨을 빵빵하게 트는 마트나 카페 등을 찾는 게 나만의 여름철 생존 비결"이라고 했다. 이곳 직원은 "월요일 낮엔 보통 사람이 없는데 오늘은 주말만큼 붐빈다"고 했다. 같은 시각 종로구 탑골공원엔 가로수 그늘마다 더위를 피하려는 노인들이 모여 부채질을 하거나 냉수를 마시고 있었다. 인근 카페는 대부분 만석이었다. 대학생 배지훈(24)씨는 "학회 모임을 하는데, 에어컨이 잘 나오는 카페를 찾아 더위를 피하고 있다"고 했다.

시장 상인들은 일찍 찾아온 폭염 때문에 얼음 확보·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이날 오전 찾은 송파구 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은 더위로 녹아내린 얼음물로 바닥이 흥건했다. 20년째 이곳에서 점포를 운영했다는 한 상인은 "열댓개 박스에 생선을 올려두고 파는데 하루 얼음 값이 겨울엔 만원, 여름엔 3만원"이라며 "올해는 더 덥다고 하니 얼음 값이 얼마나 더 나갈지 걱정이 크다"고 했다. 멍게, 해삼, 전복 등을 판매하는 김모(51)씨는 "하루에 얼음만 30㎏ 이상 쓰는 것 같다"며 "생선 박스마다 올려진 얼음을 하루에 2~3번 이상 갈아줘야 한다"고 했다.

이날 영등포구 쪽방촌엔 성인 남성 두 명이 지나갈 법한 너비의 골목에 주민 5명이 모여 있었다. 이들은 "집 안에 냉방이 되지 않는데 선풍기로는 도무지 버틸 수 없어 밖에라도 나왔다"고 했다. 이곳엔 건물 처마마다 3분 간격으로 3분 동안 물을 뿜어내는 '쿨링포그'가 서울시의 지원으로 설치돼 있었다. 지나가던 주민들은 "시원하다"고 했다. 서울시는 이곳과 돈의동, 남대문 쪽방촌에 최근 쿨링포그를 설치했다. 이곳 주민 이모(65)씨가 살고 있는 3㎡ 남짓한 쪽방의 내부 온도는 바깥보다 5도가량 높았다. 이씨는 "차라리 밖에 나와 있는 게 더 시원하다"고 했다.

전날인 18일 밤, 용산 동자동 쪽방촌 인근의 한 공원에는 자정이 임박한 시간임에도 주민들 10여 명이 나와 있었다. 이들은 "여름엔 도저히 집에서 잘 수가 없어 밖으로 피신 온다"며 "동네 공원이 여기 사는 사람의 안식처"라고 했다. 이곳에서 56년간 살았다는 이상준(79)씨는 "낮에 벽돌이 열을 받아서 꼭 온장고 같고, 선풍기 틀어봐야 더운 바람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이들의 고통을 가중하는 것은 최근 들어 가파르게 상승한 전기요금이다. 5㎡ 남짓한 쪽방의 월세는 20만원 정도인데, 최근엔 전기요금과 수도요금을 포함한 관리비가 오르며 월세가 5~10%까지 올랐다고 한다. 기고자 : 구아모 기자 박혜연 기자 정해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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