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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대북 확성기 방송의 단골 주제는 '날씨 예보'였다. "오후에 소나기가 예정돼 있으니 인민군은 빨래를 걷으라"는 우리 방송을 듣고 인민군이 실제로 빨래를 걷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북한 기상청인 기상수문국의 예보 정확도는 형편없었다. 2017년 9월 6차 핵실험을 앞두고 북한은 우리 기상청 홈페이지에 수백 차례 접속을 시도하기도 했다. 핵실험 이후 기상청은 더 이상 북한 날씨 분석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랬던 북한이 최근 몇 년 새 예보 기술력을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김정은 집권 후 기상수문국 위상이 달라졌다. 북한은 2016년 평양에 만든 미래과학자거리에 기상수문국을 가장 먼저 입주시켰다. 자동 관측 장비를 개발해 실시간 기상 정보를 파악하고 있다고 선전도 했다. 스마트폰 앱(APP)으로 날씨 예보, 미세 먼지 수치 등을 제공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북한이 날씨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 건 '기후변화' 때문이다.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선 기후변화가 촉발할 각종 기상 재해가 북한의 체제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기후변화의 대표적 현상인 '극단적 강수'가 늘어나면 가뜩이나 열악한 북한의 사회 시스템이 삽시간에 붕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북한은 강을 정비하지 않아 집중호우가 내리면 대홍수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

기상 분야에 조(兆) 단위 예산을 쓰는 미국에선 기후변화로 날씨 맞히기가 점점 어려워지자 예보관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예보는 수많은 관측 정보를 수집해 날씨에 영향을 미치는 복잡한 함수를 풀어 미래를 예측하는 작업이다. 변수는 사실상 무한대라서 '100% 정확한 예보'는 존재할 수 없다. 그래서 미국에선 실제 날씨와 지난 예보를 비교 분석해 문제점을 찾아내고 '오답 노트' 만드는 과정을 중요하게 여긴다. 미국 국립기상청(NWS)에선 매년 봄마다 미 전역 예보관이 참여하는 '스프링 캠프'를 열고 지난 토네이도 예보에 대해 각 지역 예보관이 오답 노트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진다. 결국 날씨에 대한 최종 판단은 예보관이 하기 때문에 이들의 '기후변화 적응력'을 키우는 것이다.

우리는 갈 길이 멀다. 당장 근무 시스템부터 손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전국 예보관 132명이 33명씩 4개 조를 편성, 12시간씩 교대 근무 중이다. 반면 기상 선진국들은 '5개 조, 8시간 근무' 시스템을 두고 1개 조는 돌아가며 지난 예보를 돌아보고 새로운 예보 기술을 학습하는 시간을 갖는다. 문재인 정부 때 공무원이 13만명 늘어났지만 예보관 증원은 한 명도 없었다. 작년 한 해 우리는 홍수, 가뭄, 초강력 태풍, 지진 등 국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극한 기상을 모두 겪었다. 예보관 역량을 강화시키지 않고는 예보가 정확해질 수 없다. 우리도 예보관 역량을 키우는 데 투자해야 할 때다. 기고자 : 박상현 사회정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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