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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팝스타 브루노 마스 잠실 주경기장서 9년 만의 내한 공연

"헤이 베이비, I'm in Korea right now(나 지금 한국이야). 보고 싶어요. 보고~ 싶~어요, 마이 베이비~."

1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 무대. 1980년대에나 썼을 법한 벽돌 크기 무선전화기를 귀에 바짝 갖다댄 팝스타 브루노 마스(Bruno mars)가 한국어를 속삭이자 장내 객석을 빽빽이 채운 5만여 명이 뒤집어졌다. 히트곡 '콜링 올 마이 러블리스(Calling all my lovelies)'를 부르던 마스가 가사에 맞춰 준비한 상황극이었다. "뚜르르르" 전화 벨소리 효과음까지 틀며 익살스러운 연기를 펼친 그는 이내 한국어 노래 또한 버터를 두 통은 쏟아부은듯 미끈한 창법으로 불러보였다. 찢어질 듯한 환호성이 뒤따랐다.

17·18일 이곳에는 미국 하와이주 출신 팝스타 브루노 마스를 보러 관객 10만1000명이 집결했다. 2017년 밴드 콜드플레이가 기록한 국내 최다 내한 공연 관객 수 10만명을 경신한 것. 최고 25만원에 달한 이 공연 온라인 예매에 동시 접속자만 116만명이 몰렸고, 시야제한석까지 1시간 만에 모조리 동이 났다. 18일 새벽 공연장 앞에는 마지막 취소표를 잡기 위한 밤샘 대기줄이 200여 명에 달했다.

올해 38세인 마스는 동 나이대 팝스타 중 캐나다 싱어송라이터 '더 위켄드(The Weeknd)'와 함께 '마이클 잭슨에 가장 근접했다'고 평가받는다. 엘비스 프레슬리 이후 최단 시간 내 가장 많은 빌보드 핫100 1위를 기록한 솔로 남성 가수(총 8회)이자, 총 31회 후보 지명된 그래미상은 15회 수상해 '그래미의 남자'로도 불린다. 뛰어난 가창은 물론 수준급 춤과 드럼·기타 연주, 작·편곡 능력으로 미국 최정상급 스타만 서는 수퍼볼 하프타임쇼에 두 번이나 섰다.

그런 마스의 명성은 17일 무대에서 아낌없이 증명됐다. 이날 오후 8시 "안녕, 서울!"을 외치며 대표곡 '24K 매직(24K magic·2016년)'으로 공연 포문을 연 그는 앙코르곡 '업타운 펑크(Uptown funk)'까지 총 19곡을 팝, 알앤드비, 펑크, 솔(soul), 레게, 록, 라틴팝 등 총천연색 편곡으로 100분간 펼쳐보였다.

이날 마스는 특히 '고전 라스베이거스 쇼단의 귀환'을 떠올리게 했다. 2집 '언오소독스 주크박스(Unorthodox Jukebox)'를 기점으로 7080 레트로팝 열풍을 주도하며 대성공을 거둬온 만큼 이날도 친근한 밤무대풍 연출을 균형 있게 오가며 시계추를 과거로 돌렸다. 공연 중 유일하게 선보인 커버곡도 고전 팝 걸그룹 로네츠의 1963년 발매곡 '비 마이 베이비'. 각 곡 사이사이는 세션들의 솔로 연주로 지루하지 않게 채워넣으며 마치 잘 짜인 뮤지컬처럼 공연을 부드럽게 이어갔다. "서울, 우리 좀 더 섹시하게 할 수 있어(Come on, We can little bit more sexy)!" "네 차례(Your turn)" 등 노련한 떼창 유도 대사에선 실제 '쇼의 도시' 라스베이거스에서 수차례 무대를 서왔던 마스의 깊은 공연 내공이 느껴졌다.

마스 스스로 "엄청 팬"을 자처해 온 마이클 잭슨에 대한 오마주 장면도 여럿 보였다. 곡 '트레저(Treasure)' 땐 뮤직비디오에도 오마주했던 1970년대 마이클 잭슨 활동 초창기 브레이크 댄스를 직접 춰보여 장내를 후끈 달궜다. 가장 압권은 곡 '런어웨이 베이비(Runaway Baby)' 때. "잠깐 서울(Hold on Seoul)"을 외친 마스가 무대를 암전시킨 뒤 화려한 춤사위를 이어갔고, 순식간에 5만 관객이 숨을 죽이며 그의 발구름에 맞춰 박수를 쳤다. 대단한 무대 장악력이었다.

이 밖에도 직접 기타를 치며 부른 '빌리어네어(Billionaire)', 한국계 미국 가수 앤더슨 팩(Anderson Paak)과 유명 알앤드비 듀오 실크소닉을 결성해 지난해 그래미상을 거머쥐었던 '리브 더 도어 오픈(Leave the door open)', 국내 돌잔치와 결혼식, 프러포즈 단골곡으로도 유명한 '매리 유(Marry you)'와 '저스트 더 웨이 유 아(Just the way you are) 등. 메가 히트곡이 쉴 틈 없이 쏟아지면서 관객들의 떼창 목소리도 쉬어 갔다. 공연 후반부 '그레네이드(Grenade)' 등 6곡은 직접 피아노를 치며 메들리로 압축해 불렀는데, 그중 '너싱 온 유(Nothin' on you)'는 "내 인생을 바꾼 곡 들어볼래?"라며 감미로운 음색으로 들려줘 박수를 받았다. 마스는 2010년 미국 래퍼 B.o.B에게 써준 이 곡의 피처링 목소리를 직접 맡아 처음 대중에게 주목받았고, 약 7년의 무명 생활을 청산할 수 있었다.

이번 공연은 당초 '현대카드 슈퍼콘서트'의 27번째 무대로도 화제를 모았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아직은 젊고 앨범도 몇 장 없는지라 울림이 작을 것 같아서"라며 2014년 브루노 마스의 첫 내한 때는 협업 요청을 거절했던 일화가 알려졌기 때문. 슈퍼콘서트는 2007년부터 비욘세, 빌리 조엘, 스티비 원더, 스팅, 폴 매카트니, 콜드플레이 등 당대 최고 팝스타만 불러 누적 관객 70만명을 쌓아온 기획 공연이다.

이날 공연 종료 후 5만 관객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인근 도로가 인파로 마비될 지경이었지만 "9년 사이 더 울림이 깊어진 브루노 마스"란 관객 호평이 쏟아졌다. 관객 권상호(32)씨는 "9년 사이 마스는 시대의 팝 아이콘이자 '포스트 마이클 잭슨'이 됐다"며 "다음 9년 후엔 더욱 국내에서 보기 어려운 스타가 될 거란 생각에 어렵게 표를 구해 왔다.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기고자 : 윤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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