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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순 무렵 공자(孔子)의 삶은 신산스러웠다. 노(魯)나라를 떠난 그는 제자들과 함께 무려 14년 동안 세상을 떠돌아야 했다. 그를 고용하겠다며 선뜻 받아주는 나라가 없었던 탓이다. '논어' '미자(微子)' 편에는 공자의 떠돌이 생활이 영화처럼 생생하게 담겨 있다. 하루는 숨어 사는 선비들이 공자 무리를 비웃었다. "천하가 도도히 흐르는 흙탕물에 휩쓸리듯 엉망진창이다. 누가 이를 바꿀 수 있단 말인가? 차라리 우리처럼 세상을 등지고 사는 편이 낫지 않겠는가?" 이 말을 전해 들은 공자는 이렇게 쏘아붙인다. "천하에 도(道)가 사라졌기에 내가 바꾸려 하는 거 아닌가!" 그의 제자 자로(子路) 또한 이렇게 주장한다. "누군가는 나서서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하오. 나 하나만 깨끗하게 살면 된다는 생각은 사회를 무너뜨릴 수 있어요. 우리 선생님께서 벼슬을 하려는 이유는 의로움을 펼치기 위함입니다. 물론 우리도 세상을 바로잡기 어렵다는 현실은 잘 알고 있지요."

세상을 바꾸려는 공자의 오랜 노력은 결국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위대한 이상은 이루어지지 못해도 가치 있다. 나아가 실패할 줄 알면서도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존경스럽다. 승리의 가능성이 거의 없던 시기에도 누군가는 조국 광복을 위해 피를 흘렸다. "대한민국이 제대로 되기를 바라기란 쓰레기통에서 장미가 피기를 기대하는 것과 같다"라는 비아냥거림이 나오던 시기에도, 누군가는 경제 발전과 민주화를 위해 애썼다. 당시에 그들의 노력은 대부분 좌절로 끝났다. 이렇다 해서 그분들의 삶이 의미 없었을까?

부와 권력을 누렸던 자들은 역사에 셀 수 없이 많다. 하지만 그들은 거의 다 잊혀 버린다. 반면, 이상을 좇다가 스러진 이들을 사회는 기억하려 하며 존경을 보낸다. 둘 중 어느 쪽이 더 나은 삶일까?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조용한 퇴직' 등의 말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요즘이다. 과연 나 하나 즐겁고 마음 편하게 살면 그만일까. 생각이 많아지는 요즘이다. 기고자 :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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