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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연극 '리어왕' 마지막 공연
노장 이순재, 침 맞으며 16회 완주

"선생님, 선생님!"

스태프 출입문 밖에서 기다리던 관객들이 한목소리로 환호했다. 18일 오후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올해 88세, 미수(米壽)의 배우 이순재는 이날 연극 '리어왕'(연출 김시번)의 마지막 16회 차 공연을 무사히 마친 뒤, 무대 위 의상과 분장의 리어왕 모습 그대로 잠시 관객들과 만났다. 함께 사진을 남기고 싶어 하는 팬들이 그의 곁에 줄을 섰다.

충북 청주에서 4시간 동안 차를 운전해 공연을 보러 왔다는 천은영(46)씨도 그중 한 명. "저도 연극하는 사람인데, 20여 년 전 의상을 빌리러 국립극장에 갔을 때 이순재 선생님이 소탈하게 도와주시고 격려해주신 기억을 잊지 못한다"며 "혹시나 이번이 선생님 마지막 공연일지도 모른다 싶어 꼭 뵙고 싶었는데 이렇게 정말 직접 만날 줄 몰랐다"며 감격해했다.

이순재 배우도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었다. 그는 지난 1일부터 총 16회 공연을 한 회도 빠짐없이 매일 200분간 주역 리어왕으로 무대에 섰다. 전석 매진을 기록했던 2021년 초연 때와 마찬가지로 단독 캐스팅. 무대 위의 리어는 오직 이순재 한 명뿐이었다. 이날도 무대 위의 이순재는 마치 첫 공연인 것처럼 어떤 젊은 배우보다 쩌렁쩌렁한 발성으로 1335석 규모 대극장 관객들을 휘어잡았다.

마지막 공연을 마친 소감을 묻자 그는 "아유, 큰일 한 거예요"라고 했다. "4회 차쯤 공연했는데 손과 발 관절이 너무 안 좋았어요. 계속할 수 있을까 싶을 때도 있었는데, 매일 한의원에서 침 치료를 받으며 버텼죠. 이제야 홀가분해졌네요." 공연 뒤엔 이순재 배우의 서울고 동기인 신동호 전 스포츠조선 사장이 후배들과 함께 방문해 붉은색 나무 지팡이를 선물하기도 했다.

이 연극 제작진은 개막 전 "리어왕 무대에 설 때 이언 매켈런이 80세, 로런스 올리비에가 73세였다. 이순재 선생님의 기네스북 최고령 리어왕 등재 신청을 진행할 것"이라고 했었다. 윤완석 총괄 프로듀서는 "약속한 대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재확인했다.

이후 계획을 묻자, 이순재 배우는 "당장은 좀 쉬면서 재충전하고 싶다"고 했다. "아, 곧 케이블TV 드라마가 한 편 방송돼요. 제목이 '개소리'인데, 하하. 내가 개가 하는 말을 알아들어. 여러 미스터리도 해결하고 그래요. 재밌을 거예요." 노배우는 아직 쉴 생각이 없는 듯했다. 기고자 : 이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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