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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들이 해야할 업무를 대행
인건비 12억도 감리업체서 부담

건설 공사가 설계대로 이뤄지는지를 감독해야 하는 감리원을 공사 현장에서 빼내, 공무원들이 해야 하는 업무를 대신하게 한 관청이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다.

감사원이 최근 공개한 '주요 SOC 건설사업 관리 실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산하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2014년 12월 관내에서 진행되는 국도 건설 공사의 감리를 맡은 A업체에 건설기술인 B씨를 직원으로 채용하게 했다. B씨는 공사 현장에서 감리 업무를 수행해야 했지만, 실제로는 부산청의 요구에 따라 부산청 내에서 근무하면서 국정감사 관련 자료 작성, 건설 공사 현장과의 업무 연락, 자료 취합 등 관청 공무원들이 해야 할 업무를 대행했다. 부산청은 A업체가 감리를 맡은 공사가 끝나자, B씨를 관내 다른 국도 공사 감리를 맡은 C업체로 이직시켜 놓고 관청에서 계속 일하게 했다.

이런 식으로 부산청의 6개 과가 2015년부터 2021년까지 감리 업체로부터 감리원 6명을 데려와 공무원 일을 대행시켰다. 6명의 인건비 12억여원은 A·C업체 등 감리 업체들이 댔다. 대전지방국토관리청도 2004년부터 2020년까지 관내 공사 감리를 맡은 감리 업체 등으로부터 사무원 2명을 부당 파견받아 공무원 일을 대신하게 하고, 인건비 5억7900만원은 업체들이 부담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관리청은 감리원이 공사를 감독하지 않고 현장을 무단 이탈하는 경우 감리 업체에 영업 정지 등의 제재를 가해야 한다. 이런 관청이 오히려 직접 감리원을 현장에서 이탈시킨 것이다. 그 결과, 감리 업체들이 공사 현장에 감리원을 충분히 배치하지 못하게 됐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부산·대전청은 과거에도 민간 업체로부터 인력을 부당 파견받았다가 2011년 국토부 감사에서 적발돼 시정 요구를 받았었다. 그러나 부산청은 3년여 만에 부당 파견을 재개했고, 대전청은 '파견받은 인력을 업체로 복귀시켰다'고 거짓으로 보고한 뒤 계속 일을 시켰다. 기고자 : 김경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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