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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일중(日中) 국교 정상화 교섭 과정에서 '하나의 중국' 문제가 불거진다. 대만이 중국 영토의 불가분의 일부임을 '인정'하라는 것이 중국의 요구였다. 일본은 이를 수용할 경우 중국이 대만에 무력을 행사하더라도 국제법상 국내 문제로 취급되고, 주일 미군 전력(戰力)의 대만 방어 목적 사용도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같은 사안이 문제가 된 미중 간 '상하이 코뮈니케'에는 미국이 중국의 입장을 'acknowledge'한다고 되어 있다. 중국이 그러한 주장을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지 주장 내용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가능한 미국의 외교적 수사가 반영된 결과였다. 일중 간에는 일본이 중국의 대만 영토 주장을 '이해하고 존중한다'는 표현으로 최종 낙착되었다. 하나의 중국에 대한 이해와 존중은 이러한 맥락에서 그 의미가 형성된 것이다.

미일의 기본 입장은 중화인민공화국 정부가 중국을 대표하는 유일한 합법 정부임을 '승인(recognize)'함으로써 중국의 우월적 지위를 배려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대만 관련 문제를 모호한 외교 문법으로 처리한 것은 대만이 중국의 시정(施政)에서 벗어난 정치적 실체라는 현실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양안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기대하는 한편,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추구할 경우 '하나의 중국' 원칙을 핑계 삼은 내정간섭 주장 논리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안보 공약이 저변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1992년 한중 수교 공동성명에는 '(한국이) 대만은 중국의 일부분이라는 중국의 입장을 존중한다'고 기술되어 있다. 이에 비추어 최근 야당 대표가 중국 대사에게 한국 정부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고 발언한 것은 잘못된 것이다. 이 문제에 관한 한 '존중'과 '적극적 지지' 사이에는 외교적 의미에 큰 간극이 있다.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공적 인물의 외교적 발언은 신중하고 정확해야 한다. 기고자 : 신상목 기리야마본진 대표·前 주일대사관 1등서기관
장르 :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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