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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 월드컵 4강 주역 최석현

"아르헨티나에 있으면서 한국 치킨이 너무 먹고 싶었어요. 이제 학교(팀으로) 돌아가면 다시 식단 관리해야 하는데 오늘 저녁만큼은 치킨을 먹어도 되겠죠?"

이번 2023 FIFA(국제축구연맹) U-20(20세 이하) 월드컵에서 '골 넣는 수비수'로 이름을 알린 최석현(20·단국대). 에콰도르와 벌인 16강전에서 후반 3분 3-1로 달아나는 헤더, 나이지리아와 8강전에서 연장 전반 5분 결승골이 모두 그의 작품이다. 센터백치고는 작은 키(178㎝)이지만 절묘한 위치 선정과 타이밍, 점프력이 빛을 발했다. 2골 다 골대 구석을 정확하게 노려 골키퍼가 꼼짝 못했는데 이는 부단한 연습의 결과다.

그는 이번 U-20 대표팀에서 골키퍼 김정훈(19·고려대)과 함께 유이(唯二)한 대학생이다. 다른 선수들은 다 프로 구단 소속이다. 고교 졸업 후 프로팀 선택을 못 받았다. 중학생 때 발목뼈가 부러져 8개월을 쉬는 등 우여곡절을 겪고 다시 일어나 끈기로 선수 생활을 이어갔지만 현대고(울산) 졸업 후 프로가 아닌 대학을 향해야 했다. 하지만 그는 "(나만의) 강점이 있으니 학생인데도 선발된 거라 생각했다. 주눅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대고 시절 은사인 박기욱(45) 전 감독은 "석현이는 센터백치고는 키가 작지만, 그 단점을 메우려 따로 운동장에 나와 헤더 연습을 이어갔다"면서 "그 노력을 알기에 이번에 잘하는 걸 보고 대견하고 흐뭇했다"고 말했다. 고교 시절 그는 매일 새벽과 저녁에 단체 훈련이 끝난 뒤 혼자서 추가로 1시간을 더 연습했다. 박종관(48) 단국대 감독은 "탄력이 좋아 잘 뛰어오르고, 낙하 지점을 고르는 능력도 탁월하다"면서 "뭔가 해낼 것으로 믿었다"고 했다.

이번 대회에서 일약 스타로 떠오른 그는 7경기 중 6경기를 주전으로 출장(감비아전은 경고 누적으로 결장)했고, 매 경기가 끝날 때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100개 이상 축하 응원 메시지를 받았다. "살면서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아본 건 처음이에요." 휴식 시간에 최대한 답장도 보냈다. 최석현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건 팬들 응원 덕인데, 당연히 답장을 해야죠"라고 말했다.

초반 기세를 끝까지 이어가지 못하고 아쉬움 속에 마무리했지만 중간에 그는 4강 진출 환희를 팀원들과 같이 누리지 못한 '슬픈 기억'도 있다. 8강 나이지리아전 결승골을 넣고 경기 후 무작위로 선정하는 소변 도핑 검사에 걸린 것. 땀을 많이 흘린 상황에서 소변을 보려면 물을 계속 마셔야 해서 힘들기도 했을 뿐 아니라 다른 선수들이 물을 뿌리고 소리 지르는데 "나만 줄기차게 물을 마셨다"면서 웃었다.

대회 기간 중 딱 한 번 일탈도 했다. 대회 시작 전 외출 시간이 생겼을 때, 탄산음료를 한 번 먹었다는 것. "식단 관리 중이라 안 먹어야 했는데 유혹을 못 이겼다. 오랜만에 마신 (탄산)음료가 목을 넘어갈 때는 짜릿했다"고 말했다. 이어 "함께했던 '전우'가 있는데 이름은 알려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제 이번 대회 활약을 발판으로 다시 프로 무대에 도전할 생각이다. "꿈은 당연히 멋진 수비수가 돼 성인 대표팀에 승선하는 겁니다." 평소 경기 스트레스는 어떻게 풀까. "(여자 K팝 아이돌) 뉴진스 노래를 정말 좋아해요. 대회 동안 계속 들었어요." 아직은 어린 청년이었다. 기고자 : 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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