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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계 美 소설가 응우옌 방한
첫 소설 '동조자'로 퓰리처상 수상
박찬욱 감독 연출의 드라마로 제작

"나는 스파이인 '동조자'의 주인공처럼 두 얼굴, 두 마음을 갖고 있다."

베트남계 미국 소설가 비엣 타인 응우옌(52)이 1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작가는 최근 개막한 서울국제도서전 참석차 방한했다. 장편 '동조자'(The Sympathizer)는 2016년 미국에서 출간된 그의 첫 소설. 같은 해 퓰리처상·국제 더블린 문학상 등을 휩쓸며 크게 주목받았다. 박찬욱 감독 연출로 내년 공개되는 HBO 드라마 '동조자'의 원작이다.

베트남에서 태어난 작가는 1975년 사이공이 함락되며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했다. 현재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에서 영문학과 미국 소수민족학을 가르친다. 그는 "1930년대 베트남에서 태어난 제 부모님은 프랑스의 식민 지배, 사이공 함락을 모두 겪었다. 이런 베트남의 역사와 정치가 제게 큰 영향을 줬다"고 했다. 또, "미국에 건너간 뒤에는 영어가 유창했음에도 '동양인'이자 '베트남인'이라며 소외됐다"고 했다.

'동조자'는 1975년 사이공이 함락될 무렵, 남베트남 육군 대위인 '나'의 고백으로 시작된다. "나는 스파이, 고정간첩, CIA 비밀 요원, 두 얼굴의 남자입니다." 그는 공산 정권 북베트남이 남베트남에 심은 고정간첩으로, 사이공 함락 이후 미국으로 건너간 다음엔 CIA 요원이 된다. 이중간첩인 그가 미국에서 겪는 인종차별, 이념 갈등도 다루나, 무겁지만은 않다. 작가는 "진지한 주제일 수밖에 없지만, 액션과 풍자를 통해 유머스럽게 풀어내고 싶었다"고 했다.

'동조자'라는 제목처럼, '나'는 타인의 마음에 쉽게 동조하는 인물이다. 프랑스인 가톨릭 신부인 아버지, 베트남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어릴 적부터 이방인의 감정을 느꼈다. 미국으로 건너간 다음에도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해 끝없이 갈등한다. 작가는 그가 "두 마음을 갖고 있다"고 표현했다. "공산주의에도 동조하고,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에도 동조한다. 어떤 깊은 갈등에 대해 눈 딱 감고 한쪽 편을 들면 괴로움이 없을텐데…. 그걸 어떻게든 해소하려고 하는 내적 갈등에 초점을 맞췄다."

이번이 작가의 세 번째 방한이다. 그는 "한국의 베트남전 참전이 제 가족사와도 얽혀 있기 때문에 한국을 두 번 찾았었다"며 "그 경험이 한국에서 어떤 형태의 이야기로 전해지고 있는지 궁금했다"고 했다. "모든 국가는 자신의 과거를 더 긍정적으로 서술하고 싶어한다. 소설에선 누구의 편을 드는 것엔 관심이 없고, 각자 과거를 정당화하는 서사를 그렸다."

작가는 이번 방한에 맞춰 국내 출간된 '헌신자'(The Committed)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동조자'의 후속작이다. 전작에서 역경을 지나 살아남은 주인공이, 프랑스로 넘어가 새로운 삶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 끝으로, 작가는 아시아 출신 미국 작가로서 가진 고민에 대해 이야기했다. "예전엔 미국에서 하나의 정치 세력이 되려면, 아시아 간의 차이점은 묻어둬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서로를 비판할 여유가 생겼다. 우리가 믿고 있는 진실, 우리가 추구하는 정치가 무엇인가에 대해 말하는 게 소설을 쓰는 사람에게는 중요하다." 기고자 : 이영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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