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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현대문학의 거장 '더 로드'로 퓰리처상 받아

'핏빛 자오선' 등 황량한 세계를 배경으로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을 탐구했던 미국 작가 코맥 매카시(89·사진)가 13일(현지 시각) 별세했다. 출판사 펭귄랜덤하우스는 이날 "매카시가 미국 뉴멕시코주 산타페의 자택에서 노환으로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매카시는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더 로드'의 원작자로 잘 알려졌다.

문학평론가 해럴드 블룸은 매카시를 필립 로스, 토머스 핀천, 돈 드릴로와 함께 미국 현대문학의 4대 작가로 꼽았다. 매카시의 소설은 미국 남부의 오지나 서부 사막, 종말 이후의 지구처럼 어둡고 삭막한 세상에서 인간이 겪는 폭력과 고통, 상실을 그렸다.

1933년 미국 로드아일랜드주에서 태어난 매카시는 변호사인 아버지 밑에서 풍족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자동차 부품 가게에서 일하며 쓴 첫 장편소설 '과수원지기'(1965)로 포크너상을 받으며 문단에 데뷔했다.

본격적으로 문단에 이름을 알린 작품은 멕시코 국경 부근인 텍사스주 엘패소에서 지내며 쓴 '핏빛 자오선'(1985). 방화와 약탈, 살인이 일상인 미국·멕시코 국경 지대에서 방황하는 10대 소년의 이야기로 '타임'지가 뽑은 100대 영문 소설에 선정됐다. 이어서 미국 서부 사막을 배경으로 한 '국경 3부작'을 쓰기 시작했다. 첫 작품인 '모두 다 예쁜 말들'은 1992년 전미도서상을 받았으며 서부 장르 소설을 순수 문학의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았다.

매카시는 지옥 같은 세계를 처연하고 아름답게 그려내는 시적인 문체로도 유명했다. 극도로 간결한 문체로 대화에서도 따옴표를 사용하지 않았고, 쉼표조차 절제하며 썼다. 대재앙이 일어난 뒤 살아남은 아버지와 아들의 여행을 그린 '더 로드'는 2007년 퓰리처상을 받았다.

매카시는 큰 명성을 얻고서도 강연이나 언론 인터뷰를 꺼렸고, 은둔 생활을 했다. 드물게 남은 한 인터뷰에서 그는 "삶과 죽음의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면, 문학이 아니다"라고 했다. 기고자 : 백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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