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노 룩 패스(No look pass)'는 농구 경기에서 상대 수비수를 속이기 위해 다른 방향을 보면서 패스하는 동작을 말한다. 운동 경기에서는 상대를 속여 득점을 하기 위한 기술로 쓰이지만, 평상시 상대를 보지 않고 말하거나 물건을 넘긴다면 인간관계의 실점으로 이어진다.

상대방의 얼굴을 바라보며 듣고 말하는 것이 예의란 것은 누구나 안다. 그러나 그동안에도 각자의 휴대폰은 다른 사람들 또는 다른 일과 연결되어 있어 대화 사이에 휴대폰 알림이 끼어드는 경우가 많다. 회의나 업무 중이 아닌, 상대적으로 편한 자리에서는 얼마간 각자 자신의 휴대폰으로 시선을 돌리는 것에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도 있다. 적절한 선에서는 그렇다.

최근 내 앞에 앉게 된 한 사람과는 이야기하는 동안 눈 몇 번 마주치지 못했다. 상대의 시선이 대체로 휴대폰 화면에 가 있었고, 문자나 소셜미디어를 수시로 확인하고 답을 하느라 바빴다. 바쁘니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을 넘어서, 나를 껄끄러워하는 것이 아닌지, 불편해서 일부러 시선을 피하는 건 아닌지, 그렇다면 오늘의 얘기들을 기억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이르기까지 했다. 갸우뚱하면서 돌아보자니 나 또한 그렇게 무심히 말하는 경우가 왜 없었겠는가.

어떤 대화가 후회스러울 때 '물속의 말'을 생각하곤 한다. 스쿠버 다이빙을 시작할 때 수신호를 배웠다. 바닷속은 거대한 침묵의 공간이다. 다이버들은 공기가 얼마나 남았는지, 괜찮은지, 자신의 말을 정확히 알아들었는지 손으로 묻고 답한다. 검지와 중지로 V자를 만들어 자신의 두 눈을 가리키면 '나를 봐라'는 뜻이다. 서로 보지 않으면 의사소통을 할 수 없으니 상대가 등을 돌리고 있는 경우 팔을 잡아 몸을 돌려 얼굴을 마주한 다음 수신호를 한다.

많은 생명과 갖가지 사연을 묵직하게 품고 있는 바다의 침묵에 압도당함과 동시에, 침묵 속에서 천천히 말을 '보는' 태도에 대해 감탄했다. 그 첫 다이빙의 감탄을 잊지 못하면서도 왜 무심히 말을 던지는 실수를 하는 것인지, 다시금 '물속의 말'을 떠올려본다. 기고자 : 임미다 2023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자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1027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