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전문가들 ＂채널·매체 다양해지며
수신료 걷을 명분 점점 줄어들어＂

전문가들은 수신료 징수에 대한 저항이 생기는 것은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공영방송이 국민들이 이용하는 '보편적인 서비스'라는 인식이 줄고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매체 중 하나로 인식되면서, 수신료를 걷어갈 '명분'이 현저히 줄어든 것이 근본 원인이라는 것이다.

수신료 징수가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대표적인 영국 공영방송 BBC는 국민으로부터 직접 걷는 수신료를 폐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2027년까지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재원 조달 방식을 모색 중이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수신료 제도를 유지하는 대표적 나라로 꼽히는데, 일본은 수신료가 걷히는 비율이 점차 떨어지면서 여러 차례 수신료를 인하해 징수율 끌어올리기에 나서고 있다. NHK는 2012년에 7%, 2020년 2.5% 수신료를 인하한 데 이어 올해 10월 10%를 추가 인하키로 했다.

황근 선문대 교수는 "국민들이 체감상 조세에 가까운 수신료를 기꺼이 내기 위해선 '공영방송 프로그램들이 내게 정말 필요하다'라는 생각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요즘처럼 채널이 많은 상황에서 국민들은 공영방송의 필요성을 예전만큼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조항제 부산대 교수도 "수신료가 40년 넘게 월 2500원으로 유지됐지만, 그동안 TV를 시청하는 단말기가 수상기 외에 다양해졌고 TV를 보는 인구도 줄어들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2500원에 대해 국민들이 느끼는 부담은 더 커졌다고도 볼 수 있다"고 했다.

공정성 문제로 공영방송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추락한 것도 '수신료 저항'의 큰 원인이다. 수신료는 방송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가 직접 관여하지 않는 형태로 재원을 조달하는 제도다. 그러나 공영방송이 정권과 유착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BBC 등도 한때 편향성 문제가 불거졌다. 조 교수는 "분리 징수가 꼭 바람직하다고 답할 수는 없지만, KBS가 공정성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을 해소하려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사태가 KBS의 공영성 개선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황근 교수는 "공영방송에 어떤 방식으로 재원을 지원하더라도, 궁극적으로 필요한 조건은 국민의 신뢰 회복"이라고 했다. 기고자 : 김민정 기자
본문자수 : 1104
표/그림/사진 유무 : 없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