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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에 갑질한 혐의를 받는 미국의 통신용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이 내놓은 자진 시정 방안(동의 의결안)을 공정거래위원회가 13일 기각했다. 피해 보상 정도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다. 브로드컴은 삼성전자에 장기 구매 계약을 강요한 혐의로 2020년 6월부터 공정위 조사를 받고 있다.

동의 의결은 제재 대상 기업이 자발적으로 피해 구제안 등을 마련하면 위원회 심의를 거쳐 법적 제재를 가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공정위가 동의 의결 절차를 진행하다가 기각 결정을 내린 것은 2011년 제도 도입 이후 처음이다.

앞서 공정위는 스마트폰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브로드컴 계열사 4곳이 삼성전자에 부품 공급에 관한 장기 계약을 2021년 1월부터 3년간 강요한 혐의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삼성전자가 브로드컴에서 매년 7억6000만달러 이상 스마트 기기 부품을 구매하고, 이에 미치지 못하면 차액을 배상해야 하는 계약 조건도 불공정하다고 봤다. 삼성전자 측은 부품 공급이 끊기면 완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어 이런 조건을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작년 1월 조사를 마치고 심사 보고서를 올렸지만, 브로드컴의 신청으로 작년 8월부터 동의 의결 절차를 개시했다. 동의 의결안에는 반도체·IT 분야 중소 사업자 지원을 위한 200억원 규모 상생 기금 조성, 삼성전자가 구매한 부품에 대해 3년간 품질 보증과 기술 지원을 제공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하지만 공정위는 "최종 동의 의결안이 개시 결정 당시 평가했던 브로드컴의 개선·보완 의지에 미치지 못했다"며 기각했다. 브로드컴 측은 "한국 반도체 산업에 상당한 이익을 줄 수 있는 자금 지원안 등을 기각한 공정위 결정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앞으로 공정위는 브로드컴의 불공정 행위를 다시 심사하고 제재 수준 등을 결정하게 된다. 이르면 올해 말 결론이 나올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공정위 제재 수위 및 과징금 규모에 따라 삼성이 브로드컴을 상대로 수천억원대 피해 보상 소송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기고자 : 황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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