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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도에 가는 길이다. 웬만하면 섬에서 식사를 하지만 완도읍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오래전 청산도 음식에 대한 아쉬움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 어느 섬보다 자연과 섬살이가 독특하지만, 아쉽게 음식만은 그에 이르지 못했다.

완도읍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싱싱한 회로는 어느 곳에 지지 않지만 이를 지역 음식이라 내놓을 수 없다. 다행스럽게 최근 완도의 전복해초비빔밥이 여행객들에게 인기다. 전복 양식은 완도가 규모로 으뜸이다. 전복이나 넙치 양식 이전에는 김, 미역, 다시마, 톳 해조류 양식이 중심이었다. 특히 고금도 일대의 지주식 김 양식은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또 매년 해조류 박람회를 개최하고 있다. 지금은 김 생산량은 해남이나 진도에 미치지 못하고, 미역도 부산 기장에서 많이 양식한다.

하지만 평일도와 생일도에서 양식하는 다시마는 완도가 으뜸이다. 그리고 전복 외에도 넙치는 제주도에 이어 둘째로 많이 양식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몇 해 전부터 완도 음식으로 전복비빔밥을 내놓기 시작하더니, 여기에 해초를 얹어 전복해초비빔밥을 선보이고 있다.

얼마나 다행인가. 간혹 완도를 대표하는 음식이 뭐냐고 물으면 대답이 옹색해진다. 그렇다고 회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전복해초비빔밥이라면 사정이 다르다. 우선 꼬들꼬들한 세모가사리와 윤기 나는 김을 올리고, 여기에 오이·깻잎·양배추를 채로 썰어 올렸다. 마지막으로 삶은 전복을 채 썰어 고명처럼 더하고 초장을 얹었다. 그 위에 참깨로 마무리한 것이다.

그래도 명색이 '해초비빔밥'인데 달랑 두 가지라니, 양도 종류도 너무 적다. 또 취향에 따라 초장은 선택하면 될 일인데 처음부터 끼얹어 나온 것도 아쉽다. 이런 아쉬움을 만회라도 하려는지 반찬으로 피꼬막, 호박나물, 죽순나물, 가지나물, 넙치조림, 고둥무침, 오이무침, 깍두기, 미역무침, 김치, 풀치무침 등 하나하나가 좋다. 미역국은 담백하면서 맛이 깊다. 색감을 고려해 몇 가지 해초를 고명으로 더한다면 전복해초비빔밥이 완도 대표 음식으로 손색이 없을 것 같다. 기고자 :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장르 :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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