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너기츠 창단 첫 NBA 파이널 우승

1999년 15만명 사상자를 낸 코소보 분쟁.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군이 세르비아 작은 마을 솜보르에 퍼붓던 폭격 속에 네 살 니콜라 요키치(28·세르비아)가 있었다. 어린 요키치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집에서 매일 밤을 지냈다. 요키치는 "어둠이 익숙했다. 사이렌이 울리는 소리, 사람들이 울고 있던 대피소 풍경이 기억난다"고 했다.

전쟁이 끝나고 폐허가 된 동네에서 요키치가 할 수 있는 건 농구뿐이었다. 아버지는 그 재능을 알아보고 전폭 지원했다. 17세에 이미 키가 210㎝에 육박한 요키치는 세르비아 프로농구 리그에서 뛰었다. 미 프로농구(NBA) 덴버 너기츠는 이 아이 가능성을 눈여겨보고 NBA 신인 드래프트에서 41번째로 지명한다.

20세에 미국으로 건너온 요키치는 서서히 리그에 뿌리를 내렸다. 4년 차였던 2018-2019시즌 올 NBA 퍼스트팀(베스트5)에 선정될 만큼 급성장했다. 큰 키에도 공을 자유자재로 다루고 부드러운 슛 터치에 빈 공간을 정확히 찾는 시야까지 갖췄다.

다만 부족한 게 있었다. 투쟁심이었다. 나서는 걸 싫어하는 요키치는 특별히 승부욕을 부리지 않았다. 한 경기 무득점에 그친 게 더러 있을 정도였다. 요키치는 "그냥 하루하루 흘러가듯이 살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리더십도 발휘하지 않았다. 그 영향은 단기전인 플레이오프에서 나타나 팀은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이번엔 달랐다. NBA 파이널에 팀이 처음 진출하자 태도가 바뀌었다. 상대 마이애미 히트에 1차전은 가볍게 승리했으나, 2차전은 108대111로 일격을 당했다. 시리즈 전적 1승 1패. 감정 기복이 전혀 없던 요키치는 3차전에선 슛을 놓치고는 아쉬워서 주먹을 휘두르는 등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13일 열린 5차전은 그 정점이었다. 3승1패로 앞서가던 너기츠는 이날 승리하면 창단 56년 만에 첫 NBA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었다. 요키치는 이날 경기가 잘 풀리지 않자 작전 시간에 선수들을 불러 모아 열변을 토하고 느슨한 동료들은 강하게 질책했다.

너기츠는 끌려가던 전반을 딛고 3쿼터에 역전에 성공했고, 엎치락뒤치락한 끝에 94대89로 승리했다. 선봉에는 28점 16리바운드 4어시스트를 올린 요키치가 있었다. 그는 파이널 MVP로 선정됐다.

요키치 고향 세르비아 솜보르에서는 이 경기가 현지 시각으로는 새벽 4시에 시작했는데도 그를 위한 거리 응원이 열렸다. 요키치는 "미국에 오래 있다 보니 그들이 나를 잊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어서 다행"이라며 "언젠가 은퇴하면 아름다운 저곳으로 다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기고자 : 이영빈 기자
본문자수 : 1302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