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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 월드컵 김은중 감독 인터뷰

"조별리그라도 통과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는데 대회 마지막 날까지 있을 거란 생각은 못 했네요."

지난 12일(한국 시각) 막을 내린 2023 FIFA(국제축구연맹) U-20(20세 이하) 월드컵에서 한국의 두 대회 연속 '4강 신화'를 쓴 김은중(44) 감독이 후련하다는 듯 소감을 밝혔다. 대회가 끝난 직후 대표팀 숙소인 라플라타 그랜드브리조 호텔에서 만난 김 감독은 "이제서야 밝히지만 최고로 잘하면 8강이고 어떻게든 조별리그만 통과하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김 감독의 속도 모르고 인터뷰 때마다 "목표는 우승"이라 외치는 '철없는' 선수들 때문에 속이 탈 때도 있었다. 그는 "코칭스태프는 어떻게든 16강은 가야 한다고 머리를 싸맸는데 선수들이 현실을 잘 몰랐던 것 같다"면서도 "본인들이 뱉은 말이 있으니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까"라며 웃었다.

그런 선수들 덕분에 8강에서 나이지리아를 꺾고 4강에 진출한 후엔 눈물을 쏟기도 했다. 김 감독은 "8강을 갔으니 한국에 가서 욕은 안 먹겠다 했는데 연장전에서 선수들이 모든 힘을 짜내는 걸 보며 고마운 마음에 눈물이 났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선수 시절 나이지리아에서 열린 1999년 U-20 월드컵에 출전했다. 이동국(44)과 투톱을 이루며 기대를 모았지만 한 골도 넣지 못했다. 그는 "24년 전엔 조별리그에서 탈락해 금방 집에 돌아왔는데 이번엔 감독으로 맞이한 첫 제자들과 대회 마지막 날까지 함께해 마음속 응어리가 풀렸다"고 말했다.

김은중호는 대회 전까지 주목받는 스타 선수는 없었지만 '원 팀(one team)' 정신을 통한 조직력으로 화제를 모았다. 김 감독은 "첫째 딸이 2006년생인데 선수들이 2003~2004년생이니 자식뻘"이라며 "내 자식같이 생각하면서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려는 진심을 선수들이 느꼈다면 다행"이라고 했다. 그는 "요즘 아이들은 자기 주관이 뚜렷해 일방적으로 지시를 내리기보단 '이것도 좋지만 이 방법이 더 좋다'는 식으로 이해를 시켜줘야 한다"고 Z세대(199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 출생자) 선수들과 소통 비결을 설명했다.

대표팀은 매 경기 빠른 역습으로 톡톡히 재미를 봤다. 김 감독은 자신의 축구를 "빠른 공수 전환을 통한 공격 전개라는 기본 모토 아래 최적의 선수 조합을 찾아 장점을 끌어내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 그의 지도 아래 브론즈볼을 수상한 이승원(20·강원)과 최석현(20·단국대), 배준호(20·대전) 등이 이번 대회에서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김 감독은 가장 고마운 선수로 대회 전 경기에 출장해 최다 활동량(78.13㎞)을 기록한 강상윤(20·전북)을 꼽았다. 김 감독은 "크게 눈에 안 띄지만 경기에서 궂은 일을 도맡았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이 빛날 수 있었다"고 했다. 김 감독 계약은 이스라엘과 3위 결정전을 끝으로 만료됐다. 감독으로 처음 맡은 팀을 세계 4위에 올려놓으며 성공적인 데뷔 무대를 치렀다. 다음 행보에 대해 "한국으로 돌아가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말을 아낀 그는 일단 아빠 역할에 집중할 생각이다.

"둘째가 초등학교 1학년인데 이 정도로 오래 떨어진 적이 처음이라 저를 많이 기다립니다. 가서 많이 놀아주고 손잡고 학교도 데려다줘야죠. 그렇게 지내면서 또 다음을 준비하겠습니다." 기고자 : 라플라타(아르헨티나)=서유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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