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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이야기' 얀 마텔 첫 방한

"국가 지도자가 문학을 읽지 않는다면, 그들이 주장하는 꿈은 최악의 악몽이 될 수 있다."

소설 '파이 이야기'로 영국 부커상 전신인 맨부커상(2002)을 받은 캐나다 작가 얀 마텔(60)이 13일 서울 중구 주한 캐나다 대사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그는 14일 개막하는 서울국제도서전 참석 차원에서, 캐나다 대사관의 초청으로 방한했다.

이날 마텔은 정치 지도자가 문학 작품을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2007년부터 4년간 스티븐 하퍼 당시 캐나다 총리에게 문학 작품을 추천하는 편지를 보낸 일화로도 유명하다. 그 편지를 묶은 책이 '얀 마텔 101통의 문학 편지'(작가정신). 그는 "자유 사회니까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책을 읽어야 한다고 말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권력을 가진, 책임감이 따르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면 상황이 달라진다"고 했다. 또 "책은 가장 빨리 현명해질 수 있는 방법이며, 문학 작품을 읽으면 다른 사람들의 인생에 대해 조금 더 공감하고 배울 수 있다"고 했다. "문학에는 우리 사회가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에 대한 비전이 담겼다. 그러나 캐나다를 비롯한 서구에서는 지배 계층인 중년 백인 남자들이 문학을 20대 중반 이후로는 더 이상 읽지 않는다. 그 사람들은 비전과 꿈을 과연 어디에서 얻는지 묻고 싶다."

마텔은 이날 자신의 대표작 '파이 이야기'를 쓰던 때를 회상했다. 전 세계 50국에서 출간돼 1200만부가 팔렸고, 영화로도 제작돼 작가에게 세계적 명성을 가져다 준 작품이다. 인도 소년 '파이 파텔'과 벵골 호랑이 '리처드 파커'의 227일간 태평양 표류기를 통해 '인간의 삶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인도를 여행할 당시 다른 소설을 쓰고 있었는데 잘 풀리지 않아 제 앞에 있는 것을 봤더니, '힌두교'라는 종교가 눈에 들어왔다"며 "어린 시절 부모님은 제게 종교 대신 예술을 통해 인생을 이해해야 한다고 가르쳤지만, 종교를 세속적 방식으로 이해해보려 '파이 이야기'를 쓴 것"이라고 했다.

마텔은 올해 데뷔 30년을 맞았다. 그는 과거 자신의 글과 비교할 때, "갈수록 더 실험적인 글쓰기를 하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파이 이야기로 충분히 성공을 거둬서 성공해야겠다는 생각은 없고, 제게 도움이 되는 스토리에 관심을 가진다. 젊을 땐 컴퓨터 앞에서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붙어 있었다면, 이젠 문제가 생기면 자리를 떠나 잠깐 시간을 보내고 돌아온다. 그러면 그 사이에 문제가 해결된다."

마텔은 이번에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1주일 전 미리 방한해, 속초의 '울산바위'를 비롯한 국내 여행지들을 다녔다고 한다. "한국에 산과 숲이 이렇게 많은지 모르고 왔는데 캐나다 일부 지역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국가는 다른 사람들을 잘 배려해주지 않는 강대국 사이에서 살고 있다는 점도 같다. 서울에 머물며, 한국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소화하고 싶다." 그는 14일 오후 5시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다. 기고자 : 이영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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