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역(逆)주행'이란 출시 당시에 관심을 받지 못했던 것이 시간이 지나 인기를 끄는 현상을 뜻한다. 원래 이러한 역주행은 드물게 나타났다. 그도 그럴 것이 끊임없이 새로운 콘텐츠가 쏟아지는 시대에, 인기 없어 잊힌 것까지 관심을 갖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2년 사이 역주행은 그 자체로 트렌드가 됐다. 가요계 출판계를 포함해 문화 전반에서 역주행 콘텐츠가 유행한다.

콘텐츠 제작자라면 누구나 역주행을 꿈꾼다. 열과 성을 다해 만들었는데도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콘텐츠를 보고 있자면 마음이 쓰리다. 거기 들어간 돈과 시간, 즉 '원금 회수'라도 해보고 싶은 마음 역시 크다. 안타깝게도 많은 이가 이러한 역주행을 '어쩌다' '우연히' 당첨된 복권쯤으로 여기는 듯하다. 그러나 역주행에도 원칙이 있다. '원 히트 원더'가 드물다는 것, 시대와 조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등이다. 일례로 브레이브 걸스나 EXID에 대중이 열광한 것도 그들이 착실하게 경력을 쌓아왔으며, 어떤 상황에서도 웃고 즐기는 태도가 지금 시대에 맞았기 때문이다. 모든 좋은 콘텐츠가 역주행을 하는 건 아니지만 역주행한 콘텐츠가 모두 좋은 콘텐츠인 까닭도 이러하다. 어쩌면 역주행이란, 한 분야에서 진심을 다한 이들이 받는 훈장일는지도 모른다.

문화계를 벗어나 정치·사회 영역에서도 역주행은 일상적으로 발생한다. 그런데 이때는 사전상 의미에 더 가깝다. 길을 역행해 달리거나 순리를 거스르는 행동 말이다. 거금의 가상 자산을 보유했다는 의혹으로 탈당한 의원이 국가의 교육을 담당하는 상임위에 배정되는 것이나, 국제 관례를 깨고 망발을 일삼는 대사나 모두 역주행이라 할 만하다. 이들에게 슬며시 브레이브걸스의 직캠을 권해 본다. 이것을 보고 그들이 얼마나 열심히 살고 있는지, 그들의 지금 지위가 '어쩌다' '우연히' 주어진 복권 같은 것이 아닌지 반성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만약 이것을 깨닫지 못한다면 국회의원 자리를 포함한 모든 것이 '원 히트 원더'로 끝날지도 모를 일이다. 기고자 : 이진혁 출판편집자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1000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