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U-20 월드컵 3·4위전서 1대3
연이은 혈투로 체력에서 밀려

"괜찮아!" "울지 마!"

12일(한국 시각) 아르헨티나 라플라타 우니코 디에고 아르만도 마라도나 경기장. 종료 휘슬이 울리고 눈물을 흘리며 아쉬워하는 한국 선수들에게 경기장을 찾은 교민들이 입을 모아 외쳤다. 김은중(44)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0(20세 이하) 월드컵 대표팀은 이날 3·4위전에서 이스라엘에 1대3으로 져 4위로 대회를 마쳤다.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각오와 달리 아쉬움 속에 마무리했지만 21일간 펼친 그들의 아름다운 여정은 박수를 받기 충분했다. 이날 10도를 밑도는 쌀쌀한 날씨 속에서도 교민 수백 명이 경기장을 찾아 '가자 한국(Vamos Corea)'이란 응원 팻말과 함께 태극기를 들고 어린 선수들에게 갈채를 보냈다. 2019년 대회(준우승)에 이어 아시아 팀 최초로 U-20 월드컵 2회 연속 '4강 신화'를 달성한 대표팀은 14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이날도 김은중호는 대회 내내 유지했던 수비 강화 후 빠른 역습 대신 전체적으로 라인을 올리고 적극적으로 공격을 시도했다. 하지만 체력이 뒷받침해주지 않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틀 혹은 사흘을 쉬고 7번째 경기를 치른 탓에 선수들 움직임은 눈에 띄게 둔해져 있었다. 이스라엘은 주전급 5명이 성인 대표 A매치에 차출되면서 공백이 생겼으나 전화위복이 됐다. 새로 출전한 선수들이 활기차게 뛰며 경기를 주도한 것.

전반 19분 이스라엘 란 비냐민이 왼쪽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오른발 시저스킥으로 차 넣어 기선을 제압했다. 한국도 곧바로 5분 뒤 이승원(강원)의 페널티킥 골로 반격했지만, 이후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했다. 이스라엘은 후반 31분 오메르 세니오르, 후반 40분 아난 칼라일리가 연속 골을 터뜨리면서 승부를 결정지었다. 김은중 감독은 경기 후 "혼신의 힘을 짜냈지만 마음과 달리 몸이 따라와 주지 못하는 선수들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며 "그래도 이렇게 대회를 치르며 모든 힘을 쏟아부은 경험은 선수들에게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대적 무관심 속에 출발한 이번 대표팀은 기대 이상 성적을 내며 한국 축구 미래를 밝혔다는 분석이다. 2021년 말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2년여간 연령별 대표팀이 운영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K리그 B팀과 대학 선수들을 중심으로 어렵게 팀을 꾸렸다. 2017년 이승우(25·수원FC), 2019년 이강인(22·마요르카) 같은 스타 선수도 없고, 핵심 전력인 바이에른 뮌헨(독일) 소속 유망주 이현주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막막했지만, 날카로운 역습과 세트피스 등을 앞세운 '실리 축구'를 집중 연마했다. 한국 팀 점유율은 이번 대회 7경기 중 상대 선수가 초반에 퇴장당한 에콰도르전(70%)을 제외하곤 최저 26%(프랑스전)~최대 47%(이스라엘전)에 머물렀다. 그 와중에 돋보인 이승원과 이영준(김천상무), 배준호(대전), 최석현(단국대) 등은 '골짜기에서 튀어나온 선수'란 평가와 함께 앞으로도 주목 대상이다.

이탈리아와 4강전부터 나타난 체력 문제는 개선 과제다. 김 감독은 "대부분 선수가 K리그에서 주전이 아니다 보니 풀타임을 소화한 경험이 적다"며 "(앞으로) 많은 경기에 출전해야 체력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U-20 월드컵 우승은 우루과이가 차지했다. 우루과이는 결승전에서 후반 41분 루시아노 로드리게스의 골로 이탈리아를 1대0으로 누르고 사상 첫 정상에 올랐다. 7골로 득점왕에 오른 이탈리아 체사레 카사데이가 골든볼(대회 MVP) 주인공이 됐고, 실버볼은 우루과이 우승을 이끈 중앙 수비수 알란 마투로에게 돌아갔다. 기고자 : 장민석 기자 라플라타(아르헨티나)=서유근 특파원
본문자수 : 1789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