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한주 만에 동부전선 격전지에 ＂국기 꽂았다＂

우크라이나군이 11일(현지 시각) "동부 전선의 격전지 중 하나인 도네츠크주(州) 블라호다트네 마을을 비롯한 3개 마을을 러시아군 수중에서 탈환했다"고 밝혔다. 지난 4일 대반격 개시 소식이 알려진 후 처음 발표한 성과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처음으로 "러시아군에 대한 반격 및 방어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고 확인했다.

우크라이나 육군은 이날 "제68 특전여단이 도네츠크 남서쪽 약 34㎞에 위치한 블라호다트네 마을에 입성했다"며 "병사들이 우크라이나 국기를 게양하고 러시아군과 친러시아 무장세력 일부를 포로로 붙잡았다"고 밝혔다. 한나 말랴르 우크라이나 국방부 차관은 이 발표 직후 "(자포리자주 경계에 인접한) 도네츠크주 네스쿠흐네와 마카리우카 마을도 손에 넣었다"고 말했다. 이들 마을은 모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있는 아조우해를 면한 동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로 향하는 길목에 있다.

일부 언론은 최근의 자포리자 지역 집중 공세가 마리우폴 공략을 위한 성동격서(聲東擊西)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더타임스는 "우크라이나의 주요 목표는 마리우폴"이라고 했다. 마리우폴에서는 작년 3월부터 2개월간 러시아군이 잔혹한 포위 공격을 벌여 2만여 명의 시민이 사망했다. 수십 명의 임산부와 신생아가 사망한 산부인과 병원 폭격, 민간인 600여 명이 몰살된 극장 대피소 폭격 등 비극도 벌어졌다. 우크라이나 해병과 아조우 연대 병사 수백 명이 끝까지 저항하다 전멸하기도 했다. 이번 전쟁의 비극과 우크라이나의 저항 정신을 모두 상징하는 도시인 셈이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또 "남부 전선에서 약 300~1500m 전진했으며, 바흐무트 주변 동쪽에서 공세를 이어가 베르키우카 저수지 인근 250m 지점까지 진격했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는 이와 별도로 "동부 아우디우카 인근 전선에서 기동 보병 여단이 진격해 러시아군 진지를 점령했다"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밝혔다. 하루 4차례 이상 전과(戰果)를 발표한 셈이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의 구체적 손실까지 언급해가며 연일 "우크라이나군의 대반격을 격퇴하고 있다"고 선전하자 적극 대응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는 러시아대로 전과를 선전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헤르손 상공에서 우크라이나의 수호이(Su)-25 전투기를 격추하고, 자포리자에서는 우크라이나 지상군의 공격을 격퇴했다"고 주장했다. 또 "우크라이나가 흑해에서 무인 보트(수상 드론) 6척을 동원해 러시아 해군 함선 '프리아조비예'를 공격하려 했으나 실패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국영 타스 통신은 "러시아군이 헤르손에 배치된 우크라이나군 곡사포와 다연장로켓발사대(MLRS), 방공 시스템 등을 파괴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전쟁연구소(ISW)는 "우크라이나가 최소 4곳을 동시 공격했다"며 반격 작전의 규모가 급격히 확대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의 대반격 작전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가장 큰 군사 작전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평가도 내놨다. 이 매체는 "치열한 전투를 통해 상실한 영토를 되찾으려는 우크라이나의 노력이 구체화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는 (서방과 러시아에) '전선 어디든 공격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밤 화상 연설을 통해 "국제형사재판소(ICC) 대표단이 안드리 코스틴 우크라이나 검찰총장과 함께 최근 헤르손 지역을 방문, 노바 카호우카댐 파괴로 인한 재난 현장을 둘러봤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내무부에 따르면 홍수로 총 600㎢가 물에 잠겼으며, 우크라이나 헤르손과 미콜라이우 남부 지역의 77개 마을이 침수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서울 면적(605㎢)에 육박하는 넓이다. 홍수로 인한 인명 피해는 사망자 6명, 실종 35명으로 집계됐다. 헤르손주 당국은 이날 "수재민 21명을 태우고 안전 지역으로 대피하던 구명보트를 러시아군이 포격, 3명이 죽고 10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그래픽] 우크라이나군 탈환 주장 지역 기고자 : 파리=정철환 특파원
본문자수 : 2004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